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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석양의 무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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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석양의 무법자

입력
2010.07.3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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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에 흐르는 휘파람 선율을 기억할 것이다. 그 음악은 모든 결투나 서부영화의 음악적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다. 작곡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이다.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휘파람과 전자기타, 합창을 조화시킨 기괴한 음악적 상상력과 실험은 영상을 음악적으로 특화시켜야 하는 사명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결국 그 고유성과 독창성은 다른 모든 장르로부터 서부영화를 음악적으로 차별화시키는데 성공했고 영화음악 작곡의 이상이 되었다. 그 이상은 음악적인 고유성과 독창성을 통해 영상을 차별화시키는 일이다. 기존의 다른 음악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오로지 이 영화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50편 가까운 영화음악을 작곡하면서 나 역시 이런 걸작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와 같은 이상적인 영화음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사실 영화음악 작곡은 기능적으로만 역할을 하자고 마음먹으면 쉬운 작업이기도 하다. 음악을 통해 관객을 웃기거나 울리거나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일은 웬만한 작곡가라면 할 수 있다. 관습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웃고 울리는 걸 넘어서 음악의 스타일과 개성을 창조하여 그 영화를 특화시키며 다른 음악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창조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나는 이 일을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에 비유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복권을 사지만 그 가운데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은 드물듯이, 모든 영화가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기 위해 작곡을 하지만 와 같은 고유성과 독창성의 이상을 실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당첨의 확률이 거의 없는데도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이유는 한번 당첨이 되면 엄청난 돈을 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화음악도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기 어렵단 건 알지만, 한번 그런 음악이 만들어질 때는 그 효과가 엄청나다. 그것은 다른 어떤 영화와도 차별화되는 오직 그 영화만의 고유한 감동과 정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 것은 영화에 생명을 부여하는 일이다. 반면에 음악이 일반적인 기능이나 관습적인 정서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 음악은 영화를 차별화시키지 못하고 일반화시킨다. 이것은 같음과 다름의 관계이다. 영화음악의 이상은 같음 속에서 기능을 찾고 다름 속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것이다.

말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만 그런 음악을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수없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위해 끝없이 음악을 창작하는 이유는 영화음악의 이상을 향한 꿈이 이어져 가기 때문이다. 와 같이 가끔씩 튀어 나오는 명작들이 있기에 꿈은 이어지고, 그 꿈 속에서 많은 작곡가들의 밥줄도 이어져 간다.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은 살아가는 일과도 비슷하다. 영화음악의 이상이 같음 속에서 다름을 추구하듯, 우리의 삶도 같음과 다름을 모두 추구하고 실현할 때 진정한 생명력을 얻는다. 돈이나 명예, 건강과 같은 누구나 추구하는 일반적 가치만을 쫓는 것으로 삶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와 같이 다른 음악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고유성과 독창성을 추구하지 않는 삶에는 생명력이 없다. 다름이 없는 같음은 혼과 생명이 없는 기계와 흡사하다. 진정한 음악이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영화음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다름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를 확립하는 일이다.

조성우 영화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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