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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투우와 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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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투우와 포경

입력
2010.07.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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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는 투우를 사랑했다. 투우를 사랑했기에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해 파시스트 프랑코와 싸웠다. 그의 작품에 투우 장면이 자주 나온다. 헤밍웨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 투우의 나라 스페인에서 있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의회가 투우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유는 동물 학대였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동북부지역의 도시다. 마드리드를 수도로 둔 스페인 사람들과는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스페인에서 독립하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투우금지가 정치적인 이유에서 금지됐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나는 카탈루냐 지방의회의 투우금지에 박수를 보냈다. 수백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투우를 금지시키는 것, 그건 용기다. 빨간 천으로 황소를 화나게 해서 달려드는 소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람이 소와 싸우는 것이 투우다. 더러 투우사가 다치기도 하지만 승부는 뻔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소싸움이 있지만 소를 죽이는 싸움이 아니다. 상대편 소가 무릎을 꿇거나 도망가면 시합은 끝나는 것이다. 꿈같지만 일본의 한 지방의회가 ‘포경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면 어떨까? 세계가 기립박수를 보낼 것이다. 소의 피를 봐야 열광하는 투우는 파시스트다. 투우에 열광했던 헤밍웨이도 다시 태어나면 생각을 바꿀 것이다. 일본은 남빙양에서 고래를 잡으며 피바다를 만든다. 일본도 바다의 파시스트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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