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열린 남아공 월드컵대회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이번 대회에서 인상 깊었던 건 한국과 독일 축구대표팀의 눈부신 활약이었다. 한국은 그리스를 2대0으로 완벽하게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냈고, 독일은 아쉽게 3위에 그쳤지만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4대0으로 이기는 놀라움을 보여주었다.
당시 나는 축구가 아닌 산업 월드컵을 한다면, 한국과 독일이 결승에서 맞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선진국 증시 가운데서 두 나라가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독일은 모두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인데 최근 금융불안으로 원화와 유로화가 다른 통화대비 평가 절하되는 순풍을 맞이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한국과 독일이 세계화라는 리스크에 적극 도전하고 이용한 국가라는 사실이다.
독일은 2000년대 들어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문제에 직면하자 동유럽 이민노동자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취해 매년 80만명에 이르는 이민 노동자 유입을 통해 노동시장의 경쟁력과 다양성을 유지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적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수출기업이 적극적 마케팅과 공격적 투자로 금융위기 와중에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독일 대표팀을 보면 클로제ㆍ포돌스키(폴란드), 보아탱(가나), 외질(터키), 카카우(브라질) 등 이민 2세 선수가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기존의 강력한 조직력에 유연성과 개인기가 가미되면서 강력한 팀으로 변모했다. 한국 축구가 해외 첫 16강 진출을 한 원동력도 박지성ㆍ이청룡(영국), 박주영(프랑스), 차두리(독일), 이정수(일본) 등과 같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선진축구에 도전한 결과가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해외발 3대 악재가 완화되고 있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대외 불확실성이 빠르게 소멸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은 원화 약세로 연결돼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이익 증가로 연결되면서 충격을 완화해 줄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린다면 그때는 주가가 너무 올라 진취적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놓쳐 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올 하반기는 어느 정도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가운데, 위기를 적극적 기회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찾아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준열 동양종합금융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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