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6ㆍ2 지방선거 결과에 너무 안주했던 것을 반성하고 이번 재보선을 당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7ㆍ28 재보선이 끝나고 이틀이 지난 30일 민주당이 내놓은 원내대변인 논평이다. 민주당은 ‘반성한다’는 말을 재보선 참패 당일에도 했고, 그 다음날에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성 발언에선 진정성을 느낄 수가 없다.
사실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유리한 환경을 맞았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여당 내부의 권력 갈등과 성희롱 논란까지 야당에겐 호재 일색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후보 공천에서 잘못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지역구 의원들은 공천을 놓고 다퉜고, 심지어 현직 인천시장이 자신의 지역구 공천 때문에 당 회의에 참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왜 그 사람이 민주당 후보가 돼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 가득했었다.
게다가 당의 선거운동도 엉망이었다. 84명의 소속 의원 중 한 번도 재보선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은 의원이 20여명에 달했다. 해외에 나간 의원도 많았다. 그나마 선거 지원에 열성을 보였던 의원도 대부분 9월 전당대회 출마자들이었다. 전당대회에서 표를 얻어보겠다는 다른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또 야권연대 문제에서도 민주당은 가치 대신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너무 신경을 썼다. 민주당은 “8개 선거구 모두 우리가 차지해야 한다”고 외치는 욕심꾸러기 형의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연대 파트너인 상대 야당을 ‘한나라당 2중대’라고 부르는 등 예의도 없었다.
그런 잘못들이 모인 결과 재보선 참패로 나타났는데도 민주당에서 주로 들리는 건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권 다툼 얘기뿐이다. 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평가해보자는 이야기는 없다. 민주당은 도대체 무엇을 반성하고 있다는 것인가.
정치부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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