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기존 도시기본계획마저 무력화시키는 무소불위의 법이다.”(성남시 고위관계자)
6.2 지방선거로 지방권력이 상당수 야당으로 넘어가면서 이명박 정부의 핵심적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보금자리주택의 법적 근거가 되는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보금자리주택 특별법) 때문에 지자체가 보금자리주택 추진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 경기 성남시는 사업 참여를 요청하며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고, 광명시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행정협조 거부도 불사하겠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는 건 보금자리주택 특별법의 성격 때문이다. ‘보금자리주택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제5조)고 명시된 이 법은 사실상 모든 사업 단계에서 중앙정부(국토해양부 장관)의 권한을 보장하고 있다. 지구 지정 때는 중앙기관의 장이나 시ㆍ도지사와만 협의하면 되고, 그마저 30일 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협의를 거친 것으로 본다. 또 국토부 장관의 지구계획 승인만 있으면 ▦골재채취 ▦공유수면 매립ㆍ사용 허가 ▦수도사업 인가 등 총 36종의 관련 인허가를 모두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기초 지자체들은 “지구 지정을 협의하거나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애초에 봉쇄된 것 아니냐”며 법의 부당성을 지적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미 고등지구를 자체 개발할 계획을 세워뒀던 상태인데 보금자리주택 지구 지정으로 계획이 다 날아가 버렸다”며“정부가 밀어붙인다면 이 법으로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이나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당선 전 성남ㆍ광주ㆍ하남 통합을 반대하며 헌법소원을 낸 적이 있기 때문에, 보금자리주택 관련 분쟁이 헌법재판소로 불똥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명시가 보금자리주택(광명ㆍ시흥지구)에 제동을 거는 것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불만 때문. 광명시 관계자는 “보금자리지구 하류 지역 수해방지 대책을 계속 요구해 왔는데 정부가 지금껏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허가 거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성남의 경우 이미 전임 시장 시절에 경기도가 시의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와 협의한 사안”이라 일축했고, “광명 건은 광명시 및 경기도와 협의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보금자리특별법에 대해서는 “이 법의 전신인 국민임대주택특별조치법(2003년 제정) 때부터 중앙정부가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무소불위의 법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