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7ㆍ28 재보선 패배 책임론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불과 한달 밖에 남지 않은 민주당이 본격적인 당권경쟁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주류측 연합체인 ‘쇄신연대’는 선거 다음날인 29일 정세균 대표를 겨냥해 일제히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야권 후보단일화에만 기댄 안이한 선거전략, 차선의 선택에 머물렀던 소극적 공천태도 등 재보선 패인으로부터 정 대표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긴급회동을 가진 뒤 성명을 내고 당의 변화와 쇄신, 공정한 전당대회를 위한 임시지도부 구성을 촉구했다. 쇄신연대측 문학진 의원은 “오늘 내일까지는 기다려주겠지만 주말을 넘기면 안 된다”고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구 민주계에서는 당 지도부의 일원인 박주선 최고위원이 “민주당 패배는 ‘반사이익 정당’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현 지도부 사퇴를 제안했다. 개혁성향의 비주류 모임인 민주연대도 “방심과 오만으로 선거실패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지도부 책임론에 가세했다.
그러나 정 대표측 의원들은 ‘비주류 공동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지도부 사퇴 및 비대위 구성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번 패배의 책임을 정 대표 한 사람에게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를 대고 있다. 주류측은 민주당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인재풀의 한계, 선거기간 나타난 비주류 진영의 비협조적 태도, 지난 2년간 정세균 대표 체제의 공과 등도 같이 조명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류측 최재성 의원은 “정 대표가 전대를 한달 앞두고 사퇴하는 것이 더 무책임하다”며 “비주류측의 비대위 구성 주장도 결국 ‘전대 룰’ 싸움을 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 대표는 이날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당분간 당 원로 및 중진들과 만나며 심사숙고의 시간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측근들이 전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당권 재도전을 통해 정면돌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재보선 패배로 정 대표의 차기 당권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정동영, 손학규 상임고문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담대한 진보’라는 새로운 기치를 내세운 정 고문은 이제 본격적으로 당권도전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전대 출마 발표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고문은 이날 춘천으로 돌아갔지만 재보선 패배로 상처를 입은 정 대표를 대신할 ‘구원투수론’이 거론되고 있다. 손 고문의 측근들도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전당대회 출마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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