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어려우니 친박이든 친이든 서민경제를 살피는 게 할 일이며 정치적으로 계파 싸움을 할 일은 없다.”
7∙28 재보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29일 당선 후 첫 행보에 나서면서 한 얘기다. ‘여권 2인자의 귀환’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을 의식한 듯 이 의원은 이날‘서민’에 초점을 맞춰 움직였다. 이 의원은 “정치에서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 미덕인 만큼 나로 인해 당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여느 때처럼 새벽 일찍 눈을 떴다. 오전 5시 30분, 자전거를 타고 자택을 나선 그는 지역의 고물상(재활용센터) 세 곳과 직업소개소, 재래시장을 잇따라 방문해 서민들에게 가장 먼저 당선 인사를 했다. 2시간 넘게 서민들과 인사를 나눈 그에게 주민들의 반응을 묻자 “주민들이 좋아하지. 오전에 당에서 오라고만 하지 않았어도 더 오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 10분. 예정보다 늦게 이 의원이 당선 신고를 위해 여의도당사에 들어서자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일제히 그의 복귀를 반기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지도부 중심으로 어려운 난제를 풀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당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말한 뒤 다시 지역구로 향했다. 단골 해장국집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한 이 의원은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1톤 유세차를 타고 당선 인사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선거운동 때문에 목이 쉬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과 약속한대로 은평 발전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의원은 역촌노인복지센터와 은평노인종합복지관 등을 찾아 지역 노인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등 이날 오후 늦게까지 ‘서민 행보’를 이어 나갔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에 대한 소회와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해 간략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겠느냐”며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여권의 권력투쟁 등 다른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혹시 낙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정치생명의 기로에 서 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그는 이어 “말이 좋아서 기로였지 출발할 때부터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했겠는가”라며 절박하게 선거에 임했던 심경을 표현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