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시장의 상황이 불과 3개월만에 급반전하고 있다. 5월까지만 해도 고공행진을 하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세 값이 급락하면서 경기 용인과 파주 고양시 등 조만간 대규모 신규 입주가 예정된 곳에선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까지 우려되고 있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가격이 속락하고 있는데도 주변에서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용인 일부 지역의 전세값이 이달에만 10%나 하락했다. 용인 성복동의 A아파트 161㎡형 전세는 6월말 1억9,000만원 안팎이었으나 현재는 1억7,000만원선까지 내려갔다. 인근 죽전지구 B아파트 161㎡형 전세도 2억원에서 최근 1억8000만원으로 2,000만원 내렸다.
2년전 1억원에 전세계약이 됐던 파주 신도시 C아파트 105㎡형도 지금은 8,000만~8,500만원에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에서 1만여 가구의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한꺼번에 전세를 쏟아낸 것이 가격을 끌어내렸다”며 “일부에서는 집주인이 계약기간 안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목돈을 마련하기 힘든 집 주인이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 갱신을 위해 파격적으로 낮춘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특정 지역의 전세가격이 연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예년에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8, 9월에는 전세 수요가 살아났지만, 올해는 오히려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9월에만 전국적으로 44개 단지, 총 2만2,989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서울 2,738가구, 경기 1만1,070가구, 인천 768가구 등 수도권 입주 물량만 1만4,576가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역전세난 조짐이 나타난 용인, 파주, 고양에 몰려 있다.
김신영 스피드뱅크 연구원은 “소나기 입주가 몰리는 곳은 공급량 증가에 따라 전셋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고, 집주인이 집값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며 “(전세) 수급이 균형을 맞추기 전까지는 이들 지역에서의 불안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수급 균형이 깨진 지역에서는 전세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빈발할 수 밖에 없다”며 계약 당사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 세입자의 경우 기존에 살던 집이 계약된 것을 확인하고 이사 갈 집을 골라야만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전후 사정을 살피지 않고 옮겨 잘 집과 계약했을 경우 기존 집의 전세가 빠지지 않아 집주인이 전세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자는 “집주인 못지않게 세입자를 구해보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집주인도 달라진 상황에 맞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계약 만료 2개월전쯤 재계약 관련 협의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역 전세난 상황에서는 한두 달 먼저 세입자와 가격 조정이나 계약 연장 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새로운 세입자나 반환 자금을 구하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도 있고, 전세금 반환소송 등의 불필요한 절차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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