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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새댁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부산 주민들 이주여성 가족 100명 초대 '살해사건' 위로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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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새댁들에게 사과드립니다" 부산 주민들 이주여성 가족 100명 초대 '살해사건' 위로 행사

입력
2010.07.2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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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불볕더위를 식히는, 반가운 빗줄기가 쏟아진 28일 오전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 베트남인 가족들이 삼삼오오 지하철 부산대역을 빠져 나와 어디론가 향했다.

이들은 이날 부산대학로상가번영회가 오투시네마 건물 1층 외국인 음식점 훌리훌리에서 마련한 '베트남 국민께 사과 드립니다(We feel sorry to Vietnamese)' 행사에 초대됐던 것.

상가번영회는 8일 발생한 베트남 여성 살해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고향을 떠나 힘들게 생활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베트남 음식을 대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사건은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20)씨가 결혼한 지 불과 8일 만에 정신병력이 있는 한국인 남편에게 구타당해 숨졌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낳았고, 베트남 현지에는 반한 감정까지 불러일으켰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남편 등 10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께부터 오후3시께까지 주최 측이 마련한 쌀국수, 월남쌈, 파인애플 볶음밥 등 10여가지 베트남 전통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 온 지 4년째인 펑(25)씨는 "이번 사건으로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는 베트남인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남성들 중 좋은 사람도 많은데 모두 나쁜 것처럼 알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부산에 정착한 지 3년째인 레투이안(24)씨는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인 남편들과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날 행사는 자발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이 많아 경비도 100여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부산 경호고 호텔조리과 학생 8명은 방학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나와 음식 준비에 비지땀을 흘렸고, 경호학과 학생 4명은 부산대역에서 행사장까지 참석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했다. 직접 만든 롤케익과 후식도 대접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이월순 교사는 "학생들이 요리를 실습하고 뜻 깊은 봉사활동도 한 일석이조의 자리였다"며 "조만간 학교로 결혼이주여성들을 초청, 한국 전통 음식을 대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은지(호텔조리과 2)양은 "한국으로 시집 와 어렵게 생활하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기뻐했다.

금정구는 행사에 참여할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고, 행사장 근처 음식점 갈비하늘아래는 최고급 한우를, 베트남 음식점인 웰컴포는 소스를 쾌척했다.

상가번영회는 참가자들에게 월드컵 응원 도구인 붉은악마뿔과 돗자리,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방법 안내책자 등을 선물했다. 박성철 상가번영회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이 고마움을 표시해 보람을 느꼈다"며 "매월 넷 째 주 수요일에 식사 대접 행사를 정기적으로 갖고, 대상 국가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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