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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H사태, 눈치보고 뒷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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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LH사태, 눈치보고 뒷짐지고

입력
2010.07.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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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요구할 건 많지만, 차마 말을 꺼내긴 어렵습니다."(한국토지주택공사ㆍLH 관계자)

"자구 노력이 중요합니다. 개별 공기업 경영까지 관여할 수 있나요."(정부 관계자)

118조원에 이르는 LH 부채 문제의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대한 LH와 정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LH는 '해결 열쇠는 결국 정부가 쥐고 있다'고 인식하는 반면, 정부는 머리 아픈 일에는 엮이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하다.

이 상반된 답변은 LH가 '부채 때문에 사업을 접는다'고 선언, 시장 혼란을 일으킨 이유도 잘 보여준다. LH는 야누스 같은 신분이다.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돼 정부 정책에도 충실해야 하지만, 민간 업체와도 경쟁해야 한다. 정부가 LH의 사업포기에 대해 선을 그을 수 있는 것도 '시장원리에 따르는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LH는 수익성 때문에 포기를 선언한 성남 재개발 사업 이외에도 세종시, 혁신도시 등 핵심 국책사업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낮은 임대료로 거처를 제공하고, 민간주택의 미분양 물량도 매입해 줬다. 누가 봐도 정부가 할 일이고, 돈이 안 된다고 발 빼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사정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LH의 책임도 크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떠맡기로 한 사업을, 시장 상황이 나쁘다는 이유를 들어 포기하는 것은 책임있는 기업으로서의 자세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자구 노력만을 강조하며 뒷짐만 지고 있을 상황도 아니다. 국책사업 및 각종 부동산 대책마다 LH를 동원해 부채가 쌓인 측면도 있는데, 정작 이제 와서 "알아서 할 일"이란 식으로 거리를 두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일이다.

LH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공기업 대책도 재점검해야 한다. 빚 때문에 본연의 사업을 접겠다는 공기업까지 나온 판국이다. 국회 등에서 공기업 부채문제가 줄기차게 지적되는데도'문제없다'고 일관하던 정부가 더 이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영창 경제부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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