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리비아 외교관계의 위기는 리비아 주재 우리 정보기관원의 활동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리비아 당국은 지난 달 초 국정원 소속 우리대사관 직원이 자국의 국가 안보에 위해(危害)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조사한 뒤 외교 관행상‘비우호적 인물(persona non grata)’로 규정해 추방했다. 이어 한국인 선교사와 그를 지원한 현지 교민을 구속하고 주한 경제협력대표부를 철수시켜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가 중대 위기에 처했다.
외교 소식통은“우리 대사관의 정보담당 직원이 리비아ㆍ북한의 방산협력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리비아 측의 오해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보 활동에 관한 인식 차이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보도 등을 보면 상황이 그렇게 단순한 것 같지 않다. 국정원 직원이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원수와 아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건드려서는 안 되는 금기를 깬 것이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리비아 당국은 국정원 직원이 정보원에게 금품을 건네고, 취득한 정보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넘겼다고 의심한다고 한다. 가다피 국가원수는 대대적인 부패척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은 리비아를 비롯한 아랍권의 공적이다. 대외 정보활동은 안보를 비롯한 국익을 위해 긴요하지만, 주재국의 특수한 상황과 이해, 정서 등을 소홀히 여기거나 잘못 건드리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특사로 긴급 파견하는 등 수습 노력을 기울였지만 크게 진전이 없다고 한다. 리비아는 4대 해외 건설시장의 하나이고, 발전소 건설 등 여러 건의 대형 사업 수주도 추진되고 있다.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현지 진출 기업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리비아와 가다피 원수의 정치적 위상이 높은 아랍권 전체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리비아 측이 오해를 풀도록 정성과 외교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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