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첫 선을 보인 보증부 서민대출 ‘햇살론’에 대한 초반 반응이 뜨겁다. 각 서민 금융업체마다 이자 부담을 덜려는 저신용ㆍ저소득 계층의 대출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이 높은 최저 신용층은 여전히 배제되거나, 일부 금융사는 상품만 내놓고 아예 대출업무를 하지 않는 등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틀간 18억원, 1인당 673만원 대출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햇살론 출시 후 이틀(26~27일)간 270명이 18억1,800만원의 생계자금을 대출 받았다. 1인당 673만원 꼴.
취급기관별로는 농협이 148명에 9억8,600만원을 대출해 비중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신협 53명(3억7,200만원), 저축은행 40명(2억6,000만원), 새마을금고 21명(1억4,800만원), 수협 8명(5,200만원) 등이다.
아직 초반이지만 관심은 “상당하다”는 게 중평이다. 토마토저축은행에는 26~27일 사이 콜센터와 12개 본ㆍ지점에 하루 평균 1,000여건, 70억원 규모의 대출 상담이 쏟아졌다. 금융위에도 문의전화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대출실적도 당분간 급증세를 탈 전망이다. 미소금융과 달리 생계자금 용도가 추가된데다 대출 자격요건도 완화돼 7일간의 심사가 필요한 사업운영ㆍ창업자금 대출이 다음주부터 본격화하면 대출규모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불만ㆍ사각지대도 속출
높은 관심만큼이나 현장에서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대출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금융사들의 준비. 전국 농ㆍ수ㆍ신협과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4,000개 지점에서 취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지점은 준비가 덜 돼 대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관련 전산작업이 완료되지 못한데다 자체 홍보물도 만들어야 해 아직 개시조차 못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아예 햇살론 대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신협 관계자는 “지방 소규모 지점의 경우 업무 부담과 대출 부실화를 우려해 대출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햇살론 취급을 않겠다’는 내규를 정한 곳도 있다”고 전했다.
8~10등급 사이 최저 신용계층에는 대출을 꺼리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틀간의 18억원 대출 가운데 85.8%(15억6,000만원)는 1~7등급 사이였고 10등급이나 무등급 대출자는 한 명도 없었다.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보증분을 빼고도 금융사가 대출금의 15%에는 위험을 부담하는 만큼 저신용자에게는 적극적 대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 “한 달 정도 지켜본 뒤 저신용 등급에 대한 대출 실적이 대상에 비해 현저히 적으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연체이자도 불만의 대상. 현행 법규상 햇살론 대출 금융사는 약정이자+12%포인트 또는 최고 25%까지 연체이자를 물릴 수 있는데 실제 대다수가 연체이자를 18~25%로 정했다. 자영업자 최모(44)씨는 “대출 이자만도 벅찬데 연체이자가 20%를 넘는다”며 “소득이 불안정한 서민 대상 대출이라면 연체이자 수준도 낮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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