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송파동에 사는 주부 김민정(45)씨는 최근 고교생 딸이 듣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우연히 함께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 강사는 반말은 기본이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모자랐는지, 수업 도중 학생의 머리를 때리는 등 돌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심한 거부감을 느꼈지만 정작 강의를 시청하는 딸은 재미있다는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이 보던 인강(인터넷 강의)을 옆에서 시청하던 이모(44ㆍ경기 수원시 팔달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담탱이(담임교사를 의미하는 비속어)한테 배운 만큼만 공부하면 기본이 삼수”라거나, “내 강의 때 졸다가 인생포기 하지 말고 잠은 학교 수업 때 자라”는 등 공교육을 비하하는 발언도 쏟아졌다. 듣기 민망한 성적 농담도 버젓이 늘어놓았다.
이씨는 “인기 강사들의 강의인데다 아이가 좋아해 수강을 허용하고 있지만, 일부 강사들의 언행은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강에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논란을 빚은 EBS(한국교육방송공사) 여강사의 군대 비하 발언도 막말이나 비속어 남발 등에 대한 여과장치가 전혀 없는 인터넷 강의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강의 마당이 저질스런 욕설판으로 변질된 이유를 ‘시장의 생리’에서 찾고 있다. 강사들 사이에서 “튀어야 산다”는 비뚤어진 인식이 확산되면서 베스트 강의 외에 이른바 ‘쇼맨십(보여주기)’이 가미되는 경향이 심화한 결과라는 것이다.
스타강사로 온ㆍ오프라인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A씨는 “수업에서 아무리 많은 내용을 퍼 날라도 학생들이 재미없어 졸면 소용없다”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많은 강사들이 생각하기 때문에 막말이나 욕설 등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막말 강의는 성인 상대의 강좌에서는 더욱 일반화해 있다. 경찰강의로 유명한 B씨는 욕설과 고함으로 강의의 상당 부분을 채우지만 인기다.
토익강사로 잘 알려진 L씨는 강의 중 수강생에게“인생 실패자야 평생 졸아라”라며 막말을 하기로 유명하지만 그의 강의는 연일 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강의의 막말과 욕설 수준이 도를 넘어섰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전무한 부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장은숙 참교육을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학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사들이 강의에서 재미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교육당국이 인터넷 강의의 욕설과 막말이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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