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로 사람이 아냐
시각을 모르고 위도와 경도를 모르고
입을 맞추고 눈꺼풀을 핥고 우주선처럼 도킹하고 어깨를 깨물고
피를 흘리고 그 피를 얼굴에 바르고 입에서 모래와 독충을 쏟고 서로의 심장을 꺼내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달고
이전의 것은 전혀 사랑이 아냐
아니, 모든 사랑은 언제나 처음
하루와 천 년을 헛갈리며 천국과 지옥 사이 달랑달랑 매달린
재투성이 심장은 여러 번 굴렀지
우리 심장은 생명나무와 잡종 교배한 슈퍼 선악과
질문의 수액은 여지없이 떨어져 자꾸만 바닥을 녹여 가령,
우리는 몇 시입니까?
우리는 어디입니까?
우리는 부끄럽습니까?
외로워 죽거나 지겨워 죽거나
지금 에덴에는 뱀과 하느님뿐
그 외 나머지인 우리는
입을 맞추고 눈꺼풀을 핥고 우주선처럼 도킹하고 어깨를 깨물고
피를 흘리고 그 피를 얼굴에 바르고 입에서 모래와 독충을 쏟고 서로의 심장을 꺼내어
소매 끝에 대롱대롱 달고
재투성이 심장으로 탁구라도 치면서 위대한 죄나 지을 수밖에
뱀마저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과 연애한다는데
● 갑자기, 그 많던 탁구장의 탁구채들은 어디로 갔는지. 젊었을 때만 해도 시간이 남으면 외투를 벗고 친구와 탁구를 쳤는데, 이젠 친구가 없는 건지 탁구가 없는 건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그게 아니라면 스마트폰의 다른 기능을 들여다보거나, 그게 아니라면 스마트폰의 또다른 기능을 들여다보거나. 1년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소감은, 내게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은 시계와 노트와 연필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전혀 스마트하지 않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탁구를 함께 칠 만한 친구도, 애인도 없기 때문이 아닌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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