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조 주도의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유보해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7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일단 직무 정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상급심이 남아있지만, 김 교육감을 고발한 교육과학기술부와 기소 주체인 검찰은 무리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교육감에게 부여된 징계 재량권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검찰이 범죄사실을 통보했어도 교원 징계는 조사결과를 근거로 징계의결요구권을 가진 교육감이 결정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그 동안 검찰의 징계의결요구에도 교육청에서는 내부종결하거나 경고 또는 주의조치로 끝낸 사례가 상당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감의 징계사유 유무 판단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죄 판결로 김 교육감과 진보 진영은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유죄가 내려졌을 경우 김 교육감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안돼 직무 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었으나 이를 넘긴 것이다.
이번 판결에 따라 직무유기 사건에 단초를 제공한 경기 지역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14명에 대한 징계도 상급심 판결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법원이 판단한 징계 재량권을 감안한다면, 김 교육감이 내린 민주노동당가입 교사 경징계 결정 역시 교과부가 중징계를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교육감은 1심 판결에 대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헌법적 양심에 따라 독립적이고 명쾌한 판결을 내려 준 재판부의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초상집을 방불케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가뜩이나 불편한 진보교육감들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하지 않을 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김 교육감을 상대로 한 교과부의 고발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관계자 문책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김 교육감을 기소한 검찰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유죄를 자신해왔지만,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수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시국선언 참여 여부에 대한 잘잘못은 징계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지 징계의결 요구권자인 교육감의 몫이 아니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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