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북단의 사회주의 국가 리비아는 1970년 대 말부터 우리나라와 활발한 경제관계를 맺어왔다. 옛 동아건설, 지금은 대한통운의 대수로(大水路) 건설 사업을 비롯해 국내 기업이 리비아에서 수주한 공사 규모는 346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도 발전소, 지하철 공사 등 수억 달러 규모의 대형 공사 수주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경제관계에 힘 입어 양국 친선교류도 활발했다.
그런 한ㆍ리비아 관계에 심각한 이상 징후가 잇따라 나타났다. 먼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유학 중이던 선교사 구 모씨가 한 달 전 종교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구씨를 도운 교민 전 모씨도 체포됐다는 보도다. 이슬람 국가인 리비아는 다른 종교의 선교 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나 종교법 위반혐의로 외국인을 구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구씨 등과의 영사접촉도 허용하지 않는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더욱이 리비아는 지난달 말 주한 경제협력대표부 사무실을 폐쇄하고 철수해버렸다. 우리 외교부에 공식통보조차 없었다. 그 바람에 비자발급 등 영사업무가 중단됐고, 리비아 진출기업 관계자의 현지 출장과 건설인력 입국이 막혔다. 수주활동과 현지 공사에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하다.
이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외교부는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 선교사 한 사람의 불법 선교 활동이나, 일부에서 추정하듯 리비아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우리 교과서 내용에 대한 불만 탓으로만 보기 어렵다. 두 나라 우호친선 관계를 뒤틀리게 한 결정적인 사안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6~13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긴급히 리비아를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대하고 미묘한 국익이 관련된 사안이어서 공개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의혹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쉬쉬하며 뭉갤 수는 없다. 진상을 공개하고 떳떳하게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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