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이스카우트가 26일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청소년들이 야영활동 등을 통해 책임감과 리더십, 협동심을 배양하는 보이스카우트는 1907년 보어전쟁에 참전한 영국 기병대 장교 베이든 파월이 퇴역 후 소년단을 결성한 것이 그 시초다.
한국에서도 1922년 항일운동 성격이 짙은 소규모 조선소년군, 소년척후단이 결성됐다가 24년 조선소년군으로 통합된 뒤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 한국스카우트연맹으로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84년 공채로 입사해 26년간 한국스카우트연맹에 몸담고 있는 홍승수(52) 사무총장은 “한국 보이스카우트는 빼앗긴 나라의 광복을 위한 청소년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이후 한국 스카우트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했고, 숱한 지도자를 배출했다.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산악인 고 고상돈씨를 비롯해 지휘자 금난새,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정의화 국회부의장 등이 스카우트 출신 인사들이다.
그 역시 스카우트 단원 출신이다.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보이스카우트에 입단한 것. “당시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보이스카우트 단복을 입고 활동하면 아이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어요. 말하자면 선망의 대상이었죠.”
그러나 요즘엔 활동하는 아이들이 잘 안 보인다고 하자 그는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연 인구감소로 인해 청소년층이 얇아진 데다 비슷한 성격의 청소년 단체가 많이 늘어 80년대 초 42만 명에 달했던 대원들이 현재 35만 명으로 줄어들었기 때문. “지금 아이들은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죠. 또 활동한다고 해도 입시 등에 치여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참여열기가 덜 적극적인 것도 사실이고요.”
그는 하지만 스카우트도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핸드폰 등 전자기기와 장비가 발달해 나침반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오리엔티어링이나 야영 시 사용하는 매듭법 등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영상촬영, 환경보호, 다문화 이해 등과 관련된 내용을 추가했다. 홍 사무총장은 특히 “요즘 형제가 한 두 명이다 보니 개인주의 경향이 짙은데 이들이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단체생활을 배울 수 있다”며 “가정을 대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중요한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은 다음 달 4일부터 6일간 전남 순천에서 제27회 아시아ㆍ태평양 잼버리를 개최한다. 42개국 1만2,0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는 1991년 강원 고성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에 이어 오랜만에 한국이 주최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홍 사무총장은 “한국 청소년들이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몸으로 부딪치며 모험심, 협동심, 패기를 기를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