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국과 리비아 관계에 이상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26일 외교부에 따르면 리비아 현지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한국인 선교사가 지난 달 15일 체포돼 한달 이상 장기 억류되고 있다. 또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가 지난달 24일 돌연 영사 업무를 중단했다.
외교가에서는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양국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구모 선교사와 이를 도운 농장주 전모씨가 돌연 불법 선교 혐의로 체포된 경위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2년부터 리비아에 체류해온 구 선교사는 리비아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유학생 신분으로 활동해왔다.
리비아가 이슬람 국가이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교와 관련해 다른 종교 선교사를 구속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하는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구 선교사의 경우 실제 구속 기간이 한 달이 넘은데다 영사접근권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다. 통상 현지 당국의 조사가 끝나면 신병을 본국에 넘기는 게 일반적인 외교 관례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선교사와 농장주는 종교법에 따라 조치된 것이며 주한 리비아 대표부의 휴가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주한 리비아 대표부가 지난달 예고 없이 영사 업무를 중단한 배경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주한 리비아 대표부가 정식으로 폐쇄하거나 철수한 게 아닌 것으로 안다”며 ”직원 3명 모두가 지난 달 휴가를 내고 출국함에 따라 이뤄진 일시적 업무중단이어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비아가 갑자기 영사 업무를 중단한 데에는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것도 양국 관계의 이상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시 기업인들을 대동하고 리비아를 방문한 이 의원은 바그다니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를 세 차례나 만났으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대 리비아 건설 수주액이 작년 기준으로 31억 달러(21건)에 달할 정도여서 조기에 리비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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