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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교체벌 금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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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교체벌 금지 논란

입력
2010.07.2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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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오장풍 교사’ 파문으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학교체벌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우리 교육계가 다시 한 번 이를 둘러싼 논쟁에 휩싸였다. 여기서 ‘다시 한 번’이라는 말은 이전에 이미 학교체벌에 관한 교육정책적 대응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15년 전쯤 학교체벌을 금지하는 일시적인 조치가 있었고, 체벌에 관한 ‘세부 지침’도 만들어졌다. 현재 갈등의 내용 중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곽 교육감의 학생인권조례 마련과 결부시킨 정치적 해석도 있다. 학교체벌 금지가 곽 교육감의 학생인권 조례의 사전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학교체벌 금지는 학생들의 인권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 과거에도 학생체벌 금지 조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인권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고 사회적 분위기도 충분히 무르익었다. ‘선진화 담론’이 지배하는 오늘날,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학교체벌 금지를 정치적 배경에 의거하여 정파 간의 대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이 사안이 우리 교육계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체벌이 뿌리 깊은 관습에 기초하고 있어서 행정적 조처로 이를 일거에 극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전통적으로 학교는 가정을 제외하고 관습적인 인간관계가 거의 무한적으로 허용되는 영역이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관계 속성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간주되어 왔다.

학교체벌 금지 조치는 일종의 사회적 합리화 과정을 반영한다. 이는 인권과 같은 가치에 대한 인식과 별도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과 관련이 있다. 사회적 합리화 과정은 구태(舊態)의 악습을 없애주는 긍정적인 기능도 하지만, 사회의 모든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포괄하는 과도한 측면도 있다. 이를테면 가정과 학교와 같이 가치 지향적이고 친밀한 인간관계에 기초한 사회부문까지도 합리화 과정에 종속되는 것이다. 예컨대 부모가 자식에게 매질하는 것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회적 합리화 과정의 양면적인 속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렇게 사회적 합리화 과정은 법제화(法制化) 형식을 띠면서 진행되는데, 학교체벌 금지 조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과도한 법제화를 통한 사회적 합리화 과정이 가정과 학교와 같은 영역을 지배하는 경향은 서구 근대화의 과정과 일치한다. 우리도 그러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철학자 하버마스(J. Habermas)의 ‘생활세계의 식민화(植民化)’는 이를 설명하는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학교체벌 금지와 관련된 쟁점들을 고민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이러한 거대한 사회적 합리화 과정에서 초래되는 이율배반적인 부작용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체벌이 없이도 학생 생활 지도에 동원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안은 마련되어 있는가의 관점이다. 아마도 현명한 교사들은 학생체벌 금지 조치와 관련한 문제의 복잡성을 이 부분에 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행정적 법제화를 통해 합리화 되었지만, 교육의 가장 기본적 원칙인 교사의 교육적 책무성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 일부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수업이 종료되면 무조건 학생들을 복도로 나가도록 한다.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안전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다. 독일엔 ‘학교에서 눈싸움 금지’라는 조항이 있다. 안전사고와 관련된 복잡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구책이다.

학교체벌 금지 이후 우리의 교사들은 교육적 책무성을 어떻게 새롭게 무장할 것인가. 앞으로 섬세한 교육 행정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되며, 아울러 교사 개인에게는 새로운 교육적 과제가 던져진 셈이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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