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5억달러였던 중국의 해외 투자는 2008년 559억달러로 4년 사이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는 얼마나 될까. 중국의 한국 투자는 8억5,000만달러로, 2008년까지 중국의 전체 해외 투자 중 0.5%에 그쳤다. 국가별로 보면 몽골보다 못한 14위다.
이처럼 초라한 중국 투자 유치 실적을 개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OTRA의 외국인투자유치 전담조직인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는 최근 ‘중국의 해외투자동향 및 투자유치확대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자본 유치를 위한 민ㆍ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OTRA가 중국 자본의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온 데는 최근 중국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세계 투자 시장에서 큰 손으로 활약하고 있는데다, 우리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도 중국 투자의 전략적 활용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환보유고가 쌓여 생기는 유동성 과잉이 부담인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기업들의 해외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말 기준 2조4,000억달러로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30.7%를 차지, 4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중국의 해외 투자는 처음엔 주로 자원 확보가 주된 목적이었으나 점차 선진기술 습득, 브랜드강화, 사업다각화를 위한 투자 등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중국 기업이 46개나 포함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해외 투자를 통한 선진기술 습득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게 KOTRA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에서 한국은 완전히 배제됐다는 데 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부진한 것은 우리 국민의 중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다, 중국 기업도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젠 이러한 시각을 바꿔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하이얼이 좋은 예다. 중국 최대 백색가전 업체인 하이얼이 지난해 뉴질랜드 F&P의 지분 20%를 매입, 최대주주가 된 뒤 F&P는 오히려 하이얼을 통해 중국 내수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본과 시장을, 한국이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의 분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완성품은 중국기업이 생산하지만 주요 부품ㆍ소재는 우리 기업이 공급하는 방안, 생산기지는 중국으로 하되 연구개발(R&D) 기지를 한국에 두는 방안 등이 제안되고 있다.
안홍철 인베스트코리아 단장은 “최근 중국과 대만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 글로벌 기업들이 이젠 한국이나 싱가포르 대신 대만을 투자처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자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중국 및 대만과의 투자 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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