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숨겨진 사실들을 담고 있는 9만여 건의 미군 기밀정보(2004~2009년 작성)를 25일(현지시간) 홈페이지(http://wikileaks.org/)에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위키리크스가 미군 분석가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보이는 총 9만1,731건의 아프간전 비밀 문건에는 파키스탄 및 이란 정부와 탈레반의 유착, 연합군의 민간인 오폭 사례 등 충격적인 내용이 실려 있다.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자금담당자 등 2명이 2005년 11월19일 이란을 거쳐 북한에 들어가 무기구매 계약을 맺은 사실도 처음으로 드러났다.
영 BBC는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 누출 사건이 터졌다"고 이번 '아프간 리크'사건의 의미를 부여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4월 미 아파치 헬기가 2007년 이라크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을 폭로해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사이트이다.
문건공개에 앞서 위키리크스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은 미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독일 슈피겔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정보부 인사들을 탈레반 회의에 보내 이들의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역 공격을 배후 조종하는 등 미군을 적대하는 이중 행동을 펼쳐왔다. 이란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토호세력에 무기공급과 훈련 지원을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방문한 빈 라덴 측근 2명과 미군과 연합군을 공격할 원격조정 로켓포를 이듬해 초순까지 인도하기로 계약했으나, 이 무기판매 계약은 가격문제로 최종 성사되지는 않았다. 북한과 알 카에다가 유대관계를 넘어 무기거래를 추진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문건엔 연합군이 민간인 사살을 한 144건의 정보와, 탈레반 고위 인사 암살을 위한 특수부대가 비밀리에 운영된 사실도 담겨 있다. 제임스 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 "이 같은 기밀 누출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는 "이번 자료는 '표면에 상처를 낸 것'에 불과하며, 지금 1만5,000개의 미공개 파일을 확인 중"이라며 추가폭로 계획을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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