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전범재판소가 170만 동족의 목숨을 앗아간 크메르루주의 주역에 대한 첫 전범재판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국제전범재판소(IWCT)인 캄보디아특별재판소(ECCC)는 26일 ‘캄보디아판 아우슈비츠’로 악명을 떨쳤던 투올 슬랭교도소(S-21) 소장으로 있으면서 1만4,000여명을 고문, 학살한 혐의로 기소된 카잉 구엑 에아브(67)에게 이 같은 중형을 선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날 재판은 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 붕괴후 ‘킬링필드’의 주역인 크메르루주에 대한 첫번째 선고라는 의미를 반영하듯, 캄보디아 국민과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방송으로 TV와 라디오를 통해 중계됐다.
‘두크’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에아브는 1975년 폴 포트 정권하에 반정부세력과 지식인 말살작업의 일환으로 1만4,000여명을 구금, 고문과 학살을 일삼은 장본인이다. 그는 총알을 아끼기 위해 전기의자를 사용하거나 쇠몽둥이나 나무방망이로 때려죽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학교사 출신인 에아브는 1999년 정글에서 기독교 선교사로 위장, 은둔해있던 중 체포돼 2008년부터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에아브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고, 에아브측은 “정권의 핵심인물도 아니었고, 정권의 지시에 따라 교도소를 운영한 것일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가 정식 기소되기 전 캄보디아군 당국에 11년 동안 불법구금된 사실을 인정, 추가로 5년의 형기를 감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에아브는 앞으로 19년을 복역하게 된다. 재판을 지켜보던 희생자 유족중 일부는 형량이 가볍다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에아브가 판결에 대해 항소할 방침인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크메르루주 몰락후 30여년만에 이뤄진 첫 전범재판이 마무리되면서 또 다른 판결을 앞두고 있는 나머지 4명의 전범의 재판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ECCC에 기소된 크메르루주 전범은 키우 삼판 전 캄푸치아 공화국 대통령을 비롯, 누운 체아 전 크메르루주 상임위원장, 이엥 샤리 전 외교장관, 이엥 티리트 전 사회부장관으로, 이들에 대한 재판일정은 9월 결정된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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