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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르포-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軍 출신이 유리" "여당 심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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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르포-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 "軍 출신이 유리" "여당 심판해야"

입력
2010.07.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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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주춤했던 23일 오후 강원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 사거리. 야당 후보의 지원 유세를 경청하던 최모(57)씨에게 선거 얘기를 꺼냈다. 최씨는 대뜸 “그래도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힘있는 여당 후보가 돼야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세장에서 조금 떨어진 철원 시외버스터미널 앞. 삼삼오오 모여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들에게 역시 선거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오석태(49)씨는 “여당이라고 무조건 찍어 주던 시절은 지났다”며 “더구나 이번에는 가장 유권자가 많은 철원 출신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포함해 4명이나 돼 표가 많이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7ㆍ28 재보선이 치러지는 강원의 3개 선거구 중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는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보수적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 6ㆍ2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 이광재 강원지사는 4개 군(郡) 모두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에게 졌다. 하지만 한나라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출마한 무소속 구인호 후보가 보수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어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일단 판세는 한나라당 한기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정만호 후보가 이를 바짝 뒤쫓는 양상이다. 육군 중장 출신의 한 후보는 이 지역에서 군 생활을 했다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철원군 갈말읍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모(48)씨는 “지역 특성상 군을 잘 아는 한 후보가 돼야 지역 경제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인들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화천군 화천읍에서 방앗간을 하는 김준식(39)씨도 “화천에서는 군인이 많아 군과 관련된 구체적 공약을 내놓은 한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에 실망한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화천군 화천읍 중앙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김순옥(64)씨는 “계파 싸움이니 뭐니 하는 한나라당에 실망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정만호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말했다. 정 후보의 고향인 양구군 양구읍 중앙시장에서 만난 최모(45)씨도 “군인 출신 후보가 무슨 정치를 알겠느냐. 경력으로 봐도 정만호가 더 적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 변수는 소지역주의다. 선거구 내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3만7,000여명)가 살고 있는 철원의 경우 이 지역 출신 후보가 4명이나 돼 읍 단위 지역까지 표심이 갈린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유권자 1만7,000여명의 양구 출신인 민주당 정 후보의 경우 양구 지역에서 완승하고 인접한 화천, 인제에서 절반 정도 득표하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민노당 박승흡 후보는 철원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 대부분을 보낸 인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철원 출신인 무소속 정태수 후보도 여야 싸움에 실망한 무당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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