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교 여교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수능 언어영역 인터넷 동영상 강의에서 군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EBS 측은 해당 강사를 즉각 출연정지 조치했고, 이 강사도 사퇴의사를 밝혔으나, 문제의 발언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거지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지역 유일의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 교사 장희민(38)씨는 24일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 강의에서 남녀의 언어 사용 습관 차이를 설명하던 중 군 비하 발언을 쏟아 냈다. "남자들은 군대 갔다 왔으니 뭐 해달라고 여자들에게 떼쓰지만, 군대 가서 배우는 것은 죽이는 법이다", "여자들이 힘들게 (아이를)낳으면 (남자들은 군대 가서)죽이는 거 배워 온다"...
이 발언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려지면서 EBS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한 각종 사이트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곽덕훈 EBS 사장은 24일 밤 11시께 홈페이지 'EBS대표와의 대화'코너를 통해 "군대를 다녀온 저로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너무 당혹스러운 내용이었으며, 이렇게 제작된 강의가 충분한 검증 없이 인터넷에 그대로 탑재된 것에 대해 무한의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EBS 측은 25일 오전 긴급경영회의를 열어 장씨의 출연을 정지시키고 문제가 된 강의 내용을 인터넷 다시보기에서 삭제키로 결정했다. EBS 측은 또 사전에 이런 내용의 강의가 서비스되는 것을 막지 못한 제작 관계자도 엄중 문책키로 했다. 다만 수능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장씨의 다른 동영상 강의 삭제엔 유예기간을 둘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예기간 없이 당장 삭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장씨도 이날 EBSi 홈페이지에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강의 분위기에 취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버렸다"며 "지금까지 진행해 오던 모든 강의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일이 있은 후 개인 미니홈피나 학교 게시판에 떠도는 글들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다"며 "이상한 글들 때문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장씨는 2007년 2월부터 EBS 강의를 맡아 왔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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