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0년 6월 시 장원에 정선아(전남여고ㆍ필명 팔방미안)양의 ‘고요한 밤_장례식장에서’가 뽑혔다. 이야기글에서는 강민진(필명 낡은 시계)양의 ‘속죄’, 생활글에서는 방연지(서울 효문고ㆍ필명 푸르글지)양의 ‘선생님’, 비평ㆍ감상글에선 이재랑(필명 요마yohma)군의 ‘우리의 삶을 관조하는 당신께 씁니다’가 각각 장원에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 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고요한 밤_장례식장에서
정선아(필명 팔방미안)
당신이 잠든 밤,
웃고 있었다
오늘이 당신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인 것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담배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향이
하나 둘 당신 앞에 자리 잡았다
한밤에 열린 고요한 잔치였다
국화향 고이 적신 옷을 입은 사람들은
감정 따위 잊은 지 오래,
이리저리 바쁘게 기름진 은박지들을 나른다
야들야들한 머리고기에 묵은지가 인기 메뉴였다
한바탕 분위기가 무르익고 나자
시계 초침에서 알싸한 향이 퍼졌다
풀어진 넥타이에 허리띠가 느슨해진 사람들을 보며
여전히 당신은 웃고 있었다
당신이 잠든 밤, 당신을 위해
밤새도록 잔치를 함께 지새워 준 고마운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육개장 한 사발을 시원하게 말아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달빛이 고요했다
▦심사평
죽음이라는 소재를 이처럼 감정의 들뜸이나 관념의 덧댐없이 보여주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찬찬한 관찰력과 무거운 소재를 정감있게 드러낸 표현력은 발군의 것이라 망자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리라. ‘잔치’의 뉘앙스를 죽음 앞에 펼쳐보인 그 눈썰미가 그렇다.
유종인ㆍ시인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10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장 글틴’ 홈페이지의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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