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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수갑 이틀 전 구입… 사귄지 300일째에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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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수갑 이틀 전 구입… 사귄지 300일째에 범행

입력
2010.07.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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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경찰서는 25일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결혼을 반대하는 그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여자친구를 10시간 가까이 감금한 혐의(살인 특수감금 등)로 박모(2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3일 오후 4시께 중랑구 중화동 H아파트 15층에 사는 여자친구 김모(26)씨의 집을 찾아가 김씨의 어머니 송모(49)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송씨의 오른쪽 팔을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씨는 3주 전에도 김씨의 집을 찾아갔지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김씨 부모의 말에 발길을 돌렸고, 사건 이틀 전 인터넷을 통해 산 흉기와 수갑을 가지고 다시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등기우편이 왔다”고 속인 뒤 문이 열리자 김씨 집안으로 뛰어들어갔고, “나가라”고 종용하는 송씨를 흉기로 찔렀다. 오른팔 동맥이 잘린 송씨는 10분 후(경찰 추정) 과다출혈로 숨졌다. 박씨는 “죽일 생각은 없었고, 치료를 위해 문을 열었다가 경찰에 잡힐 것 같다 다시 닫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후 연인 김씨를 집에 가둔 채 10시간 가량 인질극을 벌였다. 박씨는 경찰에게 인질극 내내 “여자친구와 얘기하는데 방해하지 말라” “내일 (여자친구와) 바다에 놀러 가게 해달라” 는 등 엇나간 사랑타령에 매달렸다. 김씨에게 수갑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밥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휴대폰 판매원이었던 박씨는 지난해 8월 친구의 소개로 김씨를 만나 사귀기 시작했지만, 올 2월 “외동딸의 사윗감으로는 흡족하지 않다”는 김씨 아버지의 반대로 관계가 소원해졌다. 5월부터는 사실상 헤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박씨는 김씨의 직장과 집을 수시로 찾아왔고, 부담스러웠던 김씨는 직장을 그만둔 데 이어 지난달엔 부모와 함께 이사까지 했다.

결국 박씨는 사귄 지 300일이 됐다는 24일 오전 2시께 “네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것이다. 죽지 말고 자수하라”는 여자친구의 설득에 자수했다. 잘못된 사랑으로 한 가정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박씨는 자수하러 나오는 순간에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 행위에 대해서 미안하다고만 할 뿐 크게 뉘우치는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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