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노동시장 인력수급 불균형, 고용서비스의 산업화가 해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노동시장 인력수급 불균형, 고용서비스의 산업화가 해답

입력
2010.07.23 13:33
0 0

최근 경제회복과 더불어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여전히 27만여 명의 청년 실업자가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중소기업에서는 인재를 구할 수 없어 생산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인력 미스매치(mismatch)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에 청년 실업자가 취업한다면, 한국의 경제성장은 더욱 견실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의 일자리와 구직자를 연계하는 고용서비스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낙후되어 있어, 노동시장에서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고용서비스가 발달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민간 직업소개기관의 수는 약 8,000여 개로 숫자로만 보면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중 약 80%는 건설 파출부 간병인 등의 일용직만을 알선하고 있고 기관 당 평균 종사자 수도 2.5명밖에 되지 않아 매우 영세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용서비스가 정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규제 때문에 민간의 고용서비스가 위축되어 있다면, 유럽 국가처럼 공공서비스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서비스마저도 충분하게 공급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고용서비스는 알선하는 상품이 노동력이므로 표준화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직업소개는 구인자와 구직자간의 1:1 맞춤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시장은 늘 살얼음처럼 깨지기 쉽고 신뢰 형성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ILO에서는 구직자 직업 알선서비스에 대해서는 어떠한 수수료도 받지 못하도록 정해 놓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구직자를 사회의 취약계층으로 간주하는 오랜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직자의 적성이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수반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구직자에게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사업자는 찾기가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민간 고용서비스가 활발한 나라의 경우, '직업소개'라는 브로커리지(brokerage) 시장에서 벗어나 '근로자 파견'이라는 딜링(dealing) 시장 중심으로 발전되어 있다. 근로자파견에서는 직업소개기관과 구직자 사이에 장기적인 계약관계가 성립되므로, 구직자에 대한 상담이나 교육훈련의 서비스가 함께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고용서비스가 더 이상 확충될 수 없다면,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용서비스가 수익이 창출되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정부 역시 이 점에 착안하여 규제 중심의 직업안정법을 전면 개정하여, 지원 중심의 고용서비스촉진법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고용서비스의 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는 핵심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민간고용서비스에 대한 규제의 철폐, 혹은 완화가 필요하다. 우선 기업으로부터 받는 소개 수수료에 대한 상한선 규제는 완전히 철폐해도 좋다. 어차피 기업간 거래이므로 자유 경쟁시장에 맡겨 두면 공정거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직자에 대한 알선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국제 기준에 따르되, 취업과 관련된 상담이나 훈련서비스 등의 부가서비스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자율화 할 수 있다.

둘째, 근로자 파견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현재 근로자 파견사업은 업종, 기간 등에 대한 강한 규제 때문에 시장이 위축되어 있고 기업은 오히려 용역, 노무 도급 등의 형태로 규제를 피해 나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파견 근로를 거친 뒤 직접 고용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17.4%에 이르는 디딤돌 효과도 있기 때문에, 정규직과의 대체 가능성이 낮은 업종부터 파견근로를 허용하면서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공공고용서비스의 민간 위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현재도 취약계층에 대한 상담이나 취업알선 등 일부 서비스가 민간에게 위탁되고 있지만, 일시적이고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민간 기관이 투자를 하고, 유능한 인재를 투입할 수 있도록 장기(3년) 위탁을 하고, 성과와 연동된 보상체계를 제시하여 민간의 역동성을 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난립한 직업소개기관을 전문화ㆍ대형화하기 위해 위탁시 주계약자 방식(prime contractor)을 도입하고 전국적인 체인망을 구축, 표준화된 고용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고용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용서비스 산업의 구조 개선과 더불어, 종사자의 전문성도 강화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자격제도를 강화하고 교육훈련 투자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 있는 직업소개업 명칭을 '고용서비스업' 으로 변경하여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일궈야 한다.

고용서비스의 산업화로 작게는 이 분야 자체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크게는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들이 모여 새롭게 출범한 고용노동부가 '일자리가 없는 국민' '더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내일(my work, tomorrow)의 희망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어수봉 한국기술교육대학교 HRD전문대학원 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