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지그프리드 지음ㆍ이정국 옮김
자음과모음 발행ㆍ384쪽ㆍ1만5,700원
SF소설의 대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 (1951)에서 주인공인 수학자 해리 셀던은 인류의 미래를 조종하려는 야심을 품는다. 그가 이를 위해 동원하는 것은 최첨단 무기가 아니라 ‘심리역사학(psychohistory)’. 작가가 상상한 이 신학문은 ‘인간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하나의 수학방정식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들을 정확히 예측해낸다.
여러 작품을 통해 탁월한 미래 예측력을 보여줬던 아시모프의 이런 상상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과학저널리스트인 톰 지그프리드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한다. 그가 지목한 금맥은 바로 게임이론이다. 존 폰 노이만과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이 (1944)를 통해 기초를 놓고 영화 로 잘 알려진 천재 수학자 존 내시가 체계화한(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다) 게임이론은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가정 하에 최적의 전략을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는 수학이다.
게임이론이 경제학, 물리학, 생물학, 신경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치고 갖가지 이종교배 신학문 태동에 밑거름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한 발 더 나가 “게임이론은 궁극적으로 아시모프의 심리역사학처럼 모든 과학을 통합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그는 이를 게임이론의 ‘역사적 사명’으로까지 끌어올린다. 게임이론은 물질세계의 법칙을 규명한 17세기 아이작 뉴턴, 그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본성과 행동의 법칙을 찾아낸 18세기 아담 스미스, 그의 발자취를 따라 생명현상의 비밀을 밝혀낸 19세기 찰스 다윈 등 ‘근대과학 3부작’에 뿌리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저 멀리 고대 로마의 ‘자연법’에까지 닿아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근대과학의 역사를 훑고, 행동경제학과 신경경제학, 네트워크과학, 사회물리학, 정보이론 등 분야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따끈따끈한 논문들, 따라서 여전히 논쟁 중인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게임이론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겐 반가운 일이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이론에 문외한이거나 지식이 얕은 이들에겐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문장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버겁게 다가올 듯하다. 출판사에서 게임을 뜻하는 라틴어 ‘ludus’를 넣어 조어한 한국어판 제목이나 부제(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만 보고 게임이론이 밝혀낸 ‘인간의 본성’을 흥미롭게 풀어 쓴 책으로 오해하지 말길.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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