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반구대 암각화 가는 길에서 녹슨 철조망이 몸 속으로 들어간 아픈 나무를 보았다. 추측컨대 누군가 철조망을 쳤는데 그 곁에 바짝 붙어 어린 나무가 서있었던 모양이다. 나무가 자라면서 철조망이 나무와 엉키고, 나무가 굵어지면서 철조망이 나무의 몸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철조망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 부분은 미끈하지 못하고 거친 상처의 표피를 가지고 있어 나무의 고통을 알 수 있었다. 흡사 짐승의 얼굴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어 나무의 아픔을 위로하고 사람의 죄를 사과하는 글을 더해 내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내 홈페이지의 문도 닫았다. 그런데 사진과 글이 다시 나에게 편지로 배달되어 왔다. ‘나무가 말했습니다’라는 제목을 달고 찾아왔다. 어떻게 해서 잊어버린 사진과 글이 다시 살아서 내게로 왔을까 싶어 찾아가보니 ‘사랑밭 새벽편지’라는 단체에서 보내는 편지였다. 이 단체가 창립 7주년을 맞아 보내는 7편의 앙코르 편지 중의 첫 편지였다. 그 사이 7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말하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다’는 내가 남긴 경구가 나를 찾아왔다. 인터넷 시대가 열릴 때 나는 인터넷의 ‘인’을 인연의 ‘因’이라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제 인터넷이 윤회도 하는 모양이다. 7년 전의 내가 나를 찾아왔다. 잃어버린 나를 만난 듯 반갑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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