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籠城).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한자리를 떠나지 않고 시위한다’ 는 뜻이다. 억울함을 달리 호소할 길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농성을 택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단식 농성’, ‘점거 농성’은 그 중 극단적인 방식이다.
최근 국회의원 두 사람의 의회 밖 농성이 논란이 됐다. 한 의원은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다른 한 의원은 행정부처 점거 농성을 벌였다. 사회적 약자일 리 없는의원들이 왜 이런 극단적 방식을 택한 것 일까.
민주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ㆍ신안)은 지역구 무안의 도로확장공사에 정부가 예산을 책정했다가 전액 삭감하자 21일부터 이틀간 국토해양부장관 접견실을 점거한 채 농성 했다. 이 공사는 정부의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이 의원 측은 23일 “정부에서 사실상 예산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고 22일 밤 농성을 해제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인천 서구ㆍ강화갑)은 19일부터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서구에 2014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신축하기로 한 계획을 민주당 소속인 송영길 신임 시장이 재정난 등을 이유로 재검토하기로 한 것에 항의하는 농성이다. 이 의원 측은 “주경기장은 인천시에 약 13조원의 경제효과를 줄 것”이라며 “그간 송 시장을 4, 5번 만나 호소했지만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아 농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의원은 지역구에선 박수를 받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지역 이기주의’라며 눈살부터 찌푸린다. “해도 너무 한다”며 혀를 차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역구 의원 245명이 “내 지역부터 챙기겠다”며 길거리로, 광장으로, 정부청사로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의사당 안에서 대화와 설득으로 이해 충돌을 해소하는 것, 이것은 의원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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