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대상 범위에는 제한이 없었던 걸까.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기업인뿐 아니라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서까지 뒷조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은 지원관실 점검1팀 권모 경정으로부터 "2008년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부인이 연루된 형사사건에 대해 경찰을 상대로 조사한 뒤,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에 문서 형태로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그 이유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남 의원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고 밝혀, 조사의 표적이 남 의원이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사안을 적극 조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남 의원 관련 조사가) 사건화할 수 있는 범죄행위인지 법리를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직무범위상 지원관실의 감찰 대상은 '행정부 내부의 공직자나 공공기관 종사자'에 국한된다고 보고 있다. 지원관실엔 남 의원이나 남 의원 부인에 대한 내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김종익(56) 전 KB한마음(현 NS한마음) 대표의 경우처럼, 회계장부 압수나 사임 강요 등과 같은 구체적 행위가 아닌, 단순한 탐문활동을 불법적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 대목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형사처벌 여부와 별개로, 당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검찰 조사는 불가피하게 됐다. 최소한 남 의원에 대한 사찰 관련 진술이 확보된 이상, 지원관실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검찰 수사는 이제 총리실의 수사 의뢰 범위를 넘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활동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특히 권 경정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남 의원 관련 조사를 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검찰의 칼끝은 자연스레 사찰을 지시한 윗선으로 향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여당 중진 정치인에 대한 뒷조사 지시가 이인규 전 지원관 선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사안을 보고받은 곳이 청와대 하명 사건을 주로 맡는 것으로 알려진 기획총괄과라는 점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해 준다. 검찰은 일단 이 전 지원관의 비선(秘線)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 가늠자를 겨누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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