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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밤이슬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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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밤이슬을 맞으며’

입력
2010.07.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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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지금 퇴근했네요, 어제가 초복이었는데 05:29. 삼복더위에 가뜩이나 콜 없고 04:02.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03:54. 아자아자~ 05:15.” 대리기사 인터넷 커뮤니티 ‘밤이슬을 맞으며’22일자에 뜬 글들이다. 뒤에 붙은 시각은 귀가 직후였을 터. 밤새 일한 뒤 스스로 하소연도 하고 서로 격려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가 대리기사 이동국씨의 억울한 피살사건을 심층 보도해 사회적 이슈가 됐는데, 한 동료가 그 사연을 여기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이씨의 처지에 공감하며 명복을 빈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휴대폰이 있다면 매일 두세 건씩 대리운전을 이용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술집과 식당 주변은 물론 주차장 건널목, 가로등이나 담벼락에 숱하게 붙어 있는 게 그것들이다. 전국적으로 회사가 7,000여 곳이고 기사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루 이용객만 50만명 이상이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웬만한 기업을 능가하는 규모도 있고 몇 명이 팀으로 운영하는 회사까지 여기에도 양극화는 심각하다. 공통점이라면 ‘술 취한 갑(甲)’을 모셔야 하는 ‘궁색한 을(乙)’이어서 인격과 인권이 크게 무시 당하는 점이다.

▦기사를 부른 뒤 만취 상태로 잠을 자다가 집에 도착했다고 깨우자 단잠을 방해한다며 낫까지 들고나와 폭행을 한 ‘갑’이 경찰에 구속된 일이 있었다. 운전을 못한다, 차를 험하게 몬다는 등의 이유로 요금을 깎거나 폭행을 했다는 보도도 많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없지 않다. 잠든 틈을 타 지갑을 훔치기도 하고 심지어 차를 끌고 가 팔아먹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 기사가 추행을 당했다며 돈을 뜯어내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과 경찰에 드러난 사연 중엔 ‘갑의 행패’가 절대 다수이다. 모든 선택권이 ‘갑’에게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원 등엔 ‘갑과 을’의 피해신고가 많다. 하지만 들을 수 있는 대답은 “관련 규정이 없어 방법이 없다”는 말 뿐이다.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어 관할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회사를 차릴 수 있고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고용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뚜렷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는데 관련 법규가 하나도 없다니 믿기지 않는다. 우리보다 훨씬 늦게 자동차문화가 발달한 중국도 베이징의 경우 최근 대리운전을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1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하루 50만 명의 이용객을 생각해야 한다.

정병진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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