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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가 죽인 베트남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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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우리가 죽인 베트남 신부

입력
2010.07.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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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의 20세 여인이 한국인 남편에게 무참히 살해되었다. 남편의 나이는 신부보다 27세가 많았다. 남편은8년간 57차례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정신질환자였다. 그는 경찰에서“귀신이 아내를 죽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자신의 환청 증세를 살인 범죄의 핑계로 삼았다.

남편의 자기변호는 진실일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의미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처럼 위험한 정신질환자가 국제결혼의 허술한 틀을 비집고 들어와 아주 쉽게‘못사는 나라’의 어린 여인과 결혼하기에 이른 참담하고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우리는 방치했다. 그야말로 몸이 떨리도록 부끄러운 일이다.

참담한 현실 방치한 잘못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30만 9,759쌍 중에서 3만 3,000쌍이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이뤘다. 10%에 가깝다. 더욱이 농촌에서는 3쌍 중 1쌍이 외국신부를 데려와 가정을 이뤘다. 그 가운데 3만 명이 베트남에서 시집온 신부들이다. 이들이 낳은 한국인 자녀는 해마다 3,000명에 이른다.

베트남 언론은 이번 사건을 주요뉴스로 다뤘다.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이 보이자, 국무총리와 대통령이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했다.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문제점과 법제도의 미비를 비난하고 나섰다. 정부는 국제결혼 중개업을 등록제로 바꾸고 혼인대상자의 건강 직업 전과 등의 신상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법무부는 국제결혼에 따른 입국자의 비자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제도와 법률에 앞서, 우리 모두의 의식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선진문명을 지나치게 존경하는 문명사대주의와 함께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인종적 권위주의와 차별의식이 우리 사회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값을 지불하고 데려온 여성이니 내 맘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차별의식이 불행을 초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의식과 관행은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다. 단적으로, 혼인과 결혼생활에서 나이 차이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의 조사에 의하면, 베트남 신부와 한국인 남편의 평균 연령 차이는 20세이다. 그 속에 도사린 모순과 위험은 굳이 세세히 얘기할 필요가 없다.

외국 여성의 문화와 의식은 분명 우리와 다르다. 같은 유교 문화권이지만 베트남 여성도 우리와 차이가 많다. 이를테면 베트남에서 여성은 밥 짓고 남편은 밖에서 일하는 문화가 아니다. 우리보다 가족단위 활동을 중시한다. 남편은 일이 끝나면 서둘러 귀가해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우리 남편들의 늦은 귀가를 베트남 신부는 이해 하지 못한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앞장서야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는 허용되지 않는 혼인과 부부관계의 낡은 관행을 베트남 신부와 다문화 가정에 강요할 때 어떤 갈등과 파탄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거기서 비롯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밑바닥 변방’의 일로 치부하는 것은 어리석다.

사회는 물론이고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베트남 신부에 진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을 돌보는 제도와 법률뿐 아니라, 국민 의식과 행태를 바꾸는 적극적 정책을 펴야 한다. 우리 틀 안에 가두려고만 하지 않는 공존의식을 길러야 한다. 그게 국가와 사회 전체의 미래를 걱정하고 준비해야 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사회가 저절로 지혜롭고 정의롭고 따뜻하게 되지는 않는다. 국가와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이윤범 청운대 베트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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