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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사하라 오지 마라톤 도전하는 여군장교 김혜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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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사하라 오지 마라톤 도전하는 여군장교 김혜진씨

입력
2010.07.2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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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그 돈 주고 거기 가서 그 고생을 또 하게? 하여튼….”

경기 파주 육군 제1570부대 보충중대에서 근무하는 김혜진(28) 중위가 10월 이집트서 열리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가비 3,100달러(약 372만원)를 입금했다고 하자 친구들이 보인 첫 반응이 그랬다고 한다. 6박 7일 동안 물병 등 필수 장비만 휴대한 채 사하라 모래땅 250㎞를 달리는 대회다. 남자도 기피하는 군대에서 3년간 고된 훈련을 받았을 텐데, 또 사서 고생을, 그것도 처녀가…. 그런 의미였을 테다. 21일 서울 신촌에서 만난 김 중위는 “30일 전역을 앞두고 있는데, (사막 마라톤이)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주변에선 저를 보고 특이하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라며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 중위는 어릴 적부터 도전을 즐기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1995년. 그는 강원 주문진에서 임진각까지 횡단하는 한 민간단체의 국토대장정에 참가한다. 자녀를 강하게 키우고 싶었던 어머니의 권유가 먼저였고, 그 자신의 호기심이 다음이었다. 14박 15일간 약 250㎞를 행진하는 도중 행렬에서 몰래 빠져 나와 택시 타고 집으로 줄행랑을 치는 포기자가 속출했지만, 김씨는 두 살 아래 여동생과 함께 완주했다. “시작하자마자 ‘내가 이걸 왜 하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완주하고 나니 짜릿하더라고요.”

대학생이던 2003년엔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오리발을 착용하고 3㎞를 헤엄치는 핀 수영대회에 출전, 45분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1등을 차지했다. 그는 이듬해에도 이 대회에 출전 거뜬히 2연패했다. “운동을 즐겨 해서 친구들은 저를 ‘육인이(체육인이라는 의미)’라고도 불러요.”

그는 중학교 때부터 막연히 여군 장교를 동경했고, 대학(서울산업대 구조공학 전공) 졸업 후인 2007년 3월 여군사관 52기로 입대했다. 입대 준비를 위해 해병대 캠프에 참가하고, 예비역 복학생들과 공을 차며 족구 실력을 높이는 등 애쓴 사실이 알려져 대학 학보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올 2월 현 보충중대로 옮길 때까지 육군 1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들을 교육했다. 여자 교관이라고 얕잡아 본 훈련병들은 호되게 당했다. 한번은 맨 앞자리에 다리를 꼬고 있던 한 훈련병이 눈에 띄었다. “여기가 너네 집 안방이야?” 내무반을 쩌렁쩌렁 울리는 불호령에 다른 훈련병들까지 기겁했고, 그 훈련병은 맵고 다양한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그 친구, 나중에 편지를 썼더군요. 신병교육대에서 저를 처음 보고 ‘편하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채 그 생각이 5분을 가지 않았다고 적었더군요.(웃음)”

그래도 힘들었을 것이다. “힘들었죠, 물론. 훈련병들과 마찬가지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답답하고요. 하지만 그건 ‘여자’여서가 아니라 ‘군인’이어서 힘든 거였어요.”그렇게 약 2년 3개월간 2,000명의 훈련병을 교육했다.

김씨는 며칠 뒤면 3년간 정들었던 군복을 벗는다. 군 생활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는 내달 5일 6개월 일정으로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난다. 연수 중에 잠깐 짬을 내 마라톤을 하고 오겠다는 거였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어학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며 또 다른 도전을 준비했다.

글ㆍ사진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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