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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교 체벌, 대안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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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학교 체벌, 대안이 문제

입력
2010.07.22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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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이 2학기부터 모든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체벌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내가 2월 4일자 에 쓴 ‘체벌, 생각을 바꾸자’를 읽고 미국에서 편지를 보내 주신 72세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굴욕과 분노의 기억

“1950년 12월, 서울의 중학 1학년 학생이었던 저는 미술시간에 물감을 준비해 오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심한 구타를 당해 입안 여러 군데를 다쳤습니다 . 더구나 많은 여학생들 앞에서 수치를 당해 지금도 미술 선생님의 이름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난 중 가난했던 우리에게는 물감은 사치스런 학용품이었습니다. 당시의 굴욕과 분노는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971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 살면서도 마음 깊이 남아있습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체벌을 하면 안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물론 미국의 대다수 주에서는 체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체벌을 허용하는 한국 사회에서 선생님과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체벌은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이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신체적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 박사인 앨리스 밀러는 체벌은 “권력을 이용해 자율적 의지를 꺾고 고분고분 말 잘 듣는 학생으로 만드는 부정적 교육”으로 규정한다. 그는 수많은 논문을 통해 어린 시절 부모나 교사에게 받은 신체적 폭력과 정서적 학대가 감성적 기억의 형태로 몸 속에 그대로 저장되었다가 결국 성장하면서 우울증을 비롯한 모든 정신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결단이 실효성 있는 교육정책과 긍정적 교육의 구체적 지침으로 구현되기를 바란다. 모든 학교의 교사와 학생이 서로 믿고 존중하며 행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학교 구성원의 상호 신뢰와 소통에 기초하여 적절한 학교 규칙에 합의하고, 이를 신호등처럼 누구나 일관되게 지켜야만 학생과 교사의 서로 다른 욕구가 충족되고 서로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부 단체가 제기한 반론에 대해 진솔한 논의를 해야 한다.

첫째, 체벌 금지는 현행 교육법과 상충한다는 논리를 따져보자. 초ㆍ중등 교육법 시행령 31조 7항은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방법을 행해야 한다’ 규정하고 있다. 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8조 제2항이 ‘학교 규율은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과 합치하고 이 협약에 부합하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상충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체벌금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교편(敎鞭)을 사랑의 매로 인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하지 않는 한, 체벌금지는 국내 교육법과는 상충한다.

그러나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된 일본에서도 체벌이 여전히 자행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체벌 관련 법률의 폐지와 함께 교사의 공문 부담을 줄여 체벌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학교 행정과 문화를 인권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인권 교육이 선행돼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민주적 ‘재판 절차’ 따랐으면

둘째, 체벌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체벌 금지는 교사의 교수권을 침해한다는 논리의 문제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권은 물론 자신의 교수권 보장을 위해서도 학생의 발달 단계별 특성과 욕구, 학교와 학급의 특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학생과 함께 체벌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때 교사는 학생의 의견과 자기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민주적 소통을 통해 서로 합의한 학급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통제해야 한다. 서구에서처럼 학급에 ‘재판 절차’를 도입하여 학생 자신에게 변론의 기회를 주는 것도 긍정적 교육 방법이다.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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