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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3부> (3) 파트너로 존중때 신성장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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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3부> (3) 파트너로 존중때 신성장 보인다

입력
2010.07.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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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기업이 하청업체 쥐어짤 때 외국 기업은 품질 향상 돕더라

12일 충남 부여의 건축용 복층 유리(2겹 이상 유리를 연결해 만든 것) 제조회사 비봉 E&G. 정장을 입은 젊은 남성이 공장 이곳 저곳을 바빠 다니며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뚫어져라 살핀다. 갑자기 그가 라인을 따라 움직이는 유리 제품을 만져보더니 현장 직원과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눈 다음 고개를 끄덕인다. 원왕희 공장장은 "저리 좋은 인상으로 꼬치꼬치 따져 묻는데 처음에는 등골이 오싹했다"며 "하지만 우리 제품의 품질이 좋아지라고 애쓰는 분이라 고맙기 그지없다"며 웃었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성은 실리콘을 만드는 한국다우코닝의 김도균 연구원. 그는 1년 가까이 서울에서 부여 공장을 수시로 오가며 비봉 E&G의 '품질 향상'을 위한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다. 현장 직원을 대상으로 공장 내부 청결 유지부터 공정의 문제점, 제품을 만든 후 틀 안에 넣을 때 작업 환경의 중요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교육하고 이를 직원들과 토론을 통해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때론 완성품을 예고 없이 검사해 조금이라도 품질이 부족하다 싶으면 '불량' 판정을 내리는 데, 이들 제품은 쓰레기 통으로 향하게 된다.

미국 회사가 한국의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까지 챙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연구원은 "실리콘은 여러 장의 유리를 안정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복층 유리와는 '바늘과 실'의 관계"며 "아무리 좋은 실리콘을 만들어도 유리 회사가 제대로 된 환경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실리콘, 유리 모두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초고층 건물이 늘고 건설업계에도 친환경, 에너지 절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복층 유리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재 200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난립해 있다. 문제는 대형 건설사들이 '최저가 입찰제'로 단가에 대한 압박을 가하다 보니 유리 제조 회사들은 돈을 들여가며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을 하기 보다는 당장 제품을 싸게 만드는데 치중하고 있다.

박용성 비봉 E&G 사업총괄본부장은 "중소업체들끼리 품질 경쟁을 해도 모자랄 판에 싸게 만들기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러다가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제품 시장은 외국 기업에게 다 내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강하지만 대형 건설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만 낮추라고 한다"고 답답해 했다.

비봉E&G은 지난해 한국다우코닝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다우코닝 본사가 진행하는 '품질 협력(Quality Bond)'프로그램에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 것.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다우코닝이 가능성 있는 기업을 뽑은 후 전문 연구원을 파견, 직원 교육과 현장 점검을 함께 진행하고 생산 공정과 품질 관리가 다우코닝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올라서면 해당 회사의 제품에 다우코닝이 인정한 표시를 해 주는 방식 등으로 품질을 대외적으로 보증한다.

김정근 비봉E&G 대표는 "실리콘만 팔면 될 텐데 우리 같은 한국 중소 기업과 손 잡고 품질 향상을 해 보자는 말 자체가 이해가 안 갔다"며 "처음 외국 대기업의 평가까지 받아가며 회사를 뜯어 고칠 필요가 있느냐는 반발도 컸지만 글로벌 대기업이 우리 품질을 인정해 준다면 도약의 계기가 된다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비봉E&G는 5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기준을 통과했다. 현재 또 다른 4개 회사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품질의 중요성을 막연하게 느꼈던 비봉 E&G. 하지만 '해외파 도우미'의 든든한 지원으로 이제는 스스로 품질 관리 전담 요원까지 따로 두고 꼼꼼히 따져본다고 한다.

김 대표는 "현재 한국에는 복층 유리의 품질에 대한 기준조차 없는 상태이고 대부분 한국의 중소 유리 제조 회사들은 어렵게 품질 향상을 해도 인정 받기 어렵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글로벌 기업인 다우코닝으로부터 품질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국내 고가 시장,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여=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스티븐 플러더 GE 에코메지네이션 부사장 "한국 中企 아이디어 공모해요"

“GE는 전세계에 4만명의 엔지니어와 5만명의 영업사원을 두고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은 마음껏 활용하십시오.”

스티븐 플러더 GE 에코메지네이션 총괄 부사장은 21일 간담회를 통해 GE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유망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대기업으로서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보도록 상생협력 하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한국은 혁신적 기술 및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로서, GE에코챌린지를 통해 이 같은 아이디어가 전세계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GE에코챌린지는 차세대 스마트그리드 기술 구축을 위해 GE가 전세계 유망 기술 및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총 2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다. 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효율, 스마트홈ㆍ빌딩 등 세 가지 부문에서 제출된 아이디어와 제안 가운데 우수한 것을 뽑아 투자하게 된다. GE는 2005년부터 시행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50억 달러를 투자해 18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스티븐 부사장은 “한국의 중소기업, 연구기관 등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투자가 필요하다면 GE는 영업과 기술, 자금을 제공해 상용화의 과정을 좀 더 빨리 이룰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에게는 매출 성장 및 수출 기회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좋은 사례가 미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회사인 ‘A123’”이라며 “GE는 화학 물질과 나노 기술이 필요했던 이 중소기업에 최고의 연구 인력과 영업 직원들, 다른 협력회사들을 연결해 상용화를 가속화했다”고 소개했다.

황 수 GE코리아 사장은 “GE는 아무리 거대한 대기업이라도 혼자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혁신적 기술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보유하고도 정보와 자본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은 국내 기업들이 이번 기회를 성장을 위한 도구로 적극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 쏟아지는 현장 목소리

정운찬 국무총리가 대기업의 부당 행위 등을 조사토록 공정거래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에 특별 지시를 내린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가 기업호민관실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우선 ‘원가계산서 요구 신고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대기업이 중소 납품업체에서 원가 계산서를 받으려고 하는 경우 먼저 공정위에 사전 신고를 의무화한 것. 이 때 공정위는 신고한 대기업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만약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은 채 원가 계산서를 요구한 경우엔 영업 비밀 침해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한다. 해외에선 원가 계산서 요구를 영업 비밀 침해로 간주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업무지원’이란 명목으로 실시되는 대기업의 중소 납품업체 현장 실사에 대해선 법령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접수되고 있다. 원가계산서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협력 업체 사업장에 나와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쓰레기 더미까지 뒤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대기업이 협력업체 이익률을 3% 이하로 관리하고, 이를 넘을 경우 대기업과 납품 기업 관계자를 몽땅 감사하는 관행도 제도적 대응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매 부서 담당 임직원의 평가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할 만 하다. 구매 담당 임직원의 인사 평가 기준을 납품 단가 인하 실적으로 평가하기 보다 혁신 역량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것. 협력업체에서 신기술을 얼마나 이끌어 냈는가가 평가 기준으로 쓰일 때 궁극적으로 대기업의 혁신 역량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고언이다.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의 실효성도 높여야 할 사안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도입 이후에도 거래 단절 우려 속에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활성화하려면 협동조합 등이 회원사를 대신해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업호민관실은 분기별로 대기업의 납품단가 변동 등을 통계로 취합, 언론에 공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환율 공정반영 제도도 검토해볼 만 하다. 지금까진 환율이 떨어질 경우 수출이 어려워 졌다며 납품 단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반대로 환율이 올랐다고 단가도 원상 회복해 준 예는 없었다. 환율에 따른 단가의 변화가 일방 통행이 아닌 쌍방 통행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호민관실은 이에 대해서도 대기업별로 환율에 따른 납품 단가를 조사, 발표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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