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골프는 돈 많은 사람과 골프장 회원권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부자 스포츠’로 불렸다. 그런데 지금은 ‘스크린 골프’ 등 주위에서 골프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졌고, 미국프로골프협회(PGA)나 미국여성프로골프협회(LPGA) 등에서 개최하는 대회에서 우승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내 자식도 골프 선수로 키워볼까’하는 생각도 한 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골프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스크린 골프라도 연습과 실전은 많이 다르다고 한다. 평소 연습 때 실력은 온데간데 없고, 불안감이 몸을 좌지우지하는 경험을 한다.
필자는 최근 골프 실력이 좋은 선배로부터 ‘상상 훈련’을 수시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 상상 훈련은 여러 운동에서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어떠한 운동을 순서에 따라 체계적 또는 단계별 목표를 상상하면서 시연하는 것이다. 목표가 이뤄지는 모습을 반복 상상함으로써 목표가 ‘부담’이 아닌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할 ‘지향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운동하는 사람의 불안감을 없애줘 운동 기능을 향상시켜준다. 실제로 세계적인 골프선수 잭 니클라우스는 승리 요인을 10%의 스윙, 40%의 자세잡기와 정확한 위치선정, 나머지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 속 그리기, 즉 어떻게 성공적으로 공을 칠 것인가라고 말했다.
상상력의 힘을 입증해 주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미국 근대 5종 경기 국가대표였던 마릴린 킹 선수는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1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머리와 척추의 부상으로 주위에서는 그의 올림픽 출전을 말렸다. 하지만 킹 선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날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경기 장면을 몇 시간씩 보면서 머릿속으로 선수동작을 연구하고 익혔다. 그러고는 눈감고 자신의 경기 모습을 아주 세밀히 그려 보았다. 또한, 하루에도 수십 번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몇 달 뒤 병원에서 퇴원했고, 실제로 모스크바 올림픽에 출전해 기적처럼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공격수인 이동국 선수는 월드컵이 열리기 전 인터뷰에서 “팀 승리와 16강 진출에 있어 골을 넣어 도움 됐으면 좋겠다. 골 넣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는데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상했던 골이 나오지는 않았고 월드컵은 끝났지만, 월드컵에 앞서 부상했지만 약해진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려 팀 승리를 위해 노력했던 그의 의지는 대단했다.
필자는 의료현장에서 많은 암 환자를 접하면서 그들이 암 진단 받을 때부터 치료 중간에도 좌절과 불안감을 느끼고 생활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암 완치 후 행복한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다양한 암 분야에서 5년, 10년 생존율이 좋아지고 있고, 그것은 본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지금 모습이 아닌 완치 후 모습은 어느 때보다 감동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행복한 상상의 힘. 분명히 암 치료에 큰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다.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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