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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파인'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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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파인'애플

입력
2010.07.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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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이자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짐 콜린스가 지난해 출간한 이 최근 국내에서 란 이름으로 번역ㆍ소개됐다. 2001년 나온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기업의 성장 조건과 성공 비결을 다룬 지 10년도 안돼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적 기업들이 몰락하는 것을 보고 받은 충격의 소산이다. 그가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5년의 시간을 투자, 6,000년에 이르는 방대한 기업 역사를 분석한 책에서 내놓은 결론은 이른바 ‘몰락의 5단계 법칙’이다.

▦ 이 법칙은 지난해 10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리콜 등 도요타의 경영위기를 언급하면서“현재 도요타는 대기업이 패망에 이르는 5단계 중 이미 4단계에 도달했다. 구세주에게 매달려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고 인용해 더욱 유명해졌다. 성공에 따른 자신감 과잉(1단계), 무분별한 사업 확장(2단계), 위험과 위기 부정(3단계)을 거쳐 외부의 구원손길 갈망(4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며, 기업 존재가치 소멸의 5단계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공 순간에 몰락의 씨앗이 잉태되는 반면 차분히 대응하면 소멸 직전에도 회생할 수 있다는 게 콜린스의 해석이고 도요타는 그 사례다.

▦ 삼성이 최근 사내 인터넷통신망에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사자성어를 올렸다. 6월 초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17주년을 맞아‘마불정제(馬不停蹄ㆍ달리는 말은 멈추지 않는다)’는 말로 임직원들을 독려한 것에 이은 2탄이다. 중국 전한시대 고사에서 나온 것으로 ‘강함이나 승리를 믿고 교만해진 군대와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이기면 교만해지고 교만하면 자신은 과대평가하고 적은 과소평가해 몰락을 자초한다는 경구이니 콜린스의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 삼성이 애플의 아이폰4G의 대항마로 개발한 스마트폰 갤럭시S의 출시에 즈음해 이 메시지를 던진 것이 참 묘하다. 갤럭시S가 국내외에서 크게 호평 받는 것과 반대로 아이폰4G는 ‘안테나게이트’에 휘말려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으니 말이다. 더구나 스티브 잡스가 해명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전화도 완벽하지 않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여‘오만하고(arrogant) 썩은 대응(rotten response)’이란 비난에 직면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부러움을 산 애플이 예상 못한 시련과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애플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지 아이폰 만큼이나 흥미롭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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