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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자가 이식술, 거부반응↓ 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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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자가 이식술, 거부반응↓ 만족도↑

입력
2010.07.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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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터럭 하나도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니,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고 공자는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효심의 발로가 아니라 의학적인 이유로 몸의 터럭 하나까지 아껴야 하는 시대다. 나기 무섭게 뽑아버리는 사랑니를 임플란트에 쓰고, 백해무익한 허벅지 지방을 동안(童顔)성형에 쓴다. 이렇게 자가 이식을 하면 거부반응이 적고, 결과도 더 만족스럽다.

사랑니 등 자기 치아로 골이식재 만들어

임플란트가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잇몸뼈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잇몸뼈가 많이 소실되면 임플란트를 심어도 감염이 잘 되고 뼈와 잘 붙지 않기 때문이다. 치아 주변의 뼈 상태가 좋으면 임플란트를 위해 이를 빼도 굳이 뼈 이식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잇몸병 등 치아 주변에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아 발치 후 주변 잇몸뼈가 많이 손상됐다면 부족한 잇몸뼈를 이식해야 한다. 김영균 분당서울대병원 구강외과 교수는 “임플란트 시술 환자 대부분이 나이가 많고 잇몸상태가 좋지 않아 70~80%는 뼈 이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매년 200억원 정도의 골이식재(다른 사람이 기증한 뼈, 동물 뼈, 합성 뼈)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균 교수와 김경욱 단국대 치과병원 구강외과교수 등은 2008년 골이식재 수입을 대체하려고, 사랑니나 부러진 이, 충치 등 자기 치아로 골이식재를 만들어 시술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벌써 시술도 1만 건이 넘었다. 자기 치아를 이용하면 이식 후 주변 골조직과 잘 동화된다. 다만, 이미 치아를 많이 잃은 고령인은 시술하기 어렵다.

박영주 강남성심병원 구강외과 교수는 “임플란트 시술 등을 대비해 자기 치아를 치아은행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과 단국대 치과병원, 아주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강남성심병원, 강동성심병원, 상계백병원 등은 치아은행을 운영 중이다. 치아는 3~5년간 보관할 수 있으며, 재처리하면 몇 번이고 재보관할 수 있다. 보관료는 15만원선.

자신의 인대, 연골, 혈액을 이용한 치료

무릎 십자인대 이식술은 정형외과에서 아주 흔한 수술이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자신의 아킬레스건이나 슬개건 등에서 떼낸 인대를 이식한다. 이 경우 자기 인대를 이용하므로 경과가 좋지만 떼낸 인대 부위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자신의 무릎에서 뼈와 연골을 함께 떼내 무릎이나 발목 관절에 이식하는‘자가연골이식술’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이 방법은 수명이 짧아, 최근에는 자신의 연골세포를 채취ㆍ배양해 환부에 이식하는 ‘자가연골배양이식술’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방법은 거부반응 등 부작용이 없고, 일단 재생되면 영구적으로 연골과 관절로 자리잡는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대표원장은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고, 더 이상의 손상이나 관절염 악화를 막을 수 있어 초기 퇴행성 관절염이나 연골 손상이 있을 때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엉덩이관절이 손상됐다면 종아리 부분의 뼈와 혈관 일부를 떼내 이식하며, 치료가 힘든 질환으로 알려졌던 림프부종도 ‘미세림프절이식술’로 치료할 수 있다.

초ㆍ중기 관절염에는 자신의 피를 주입해 연골을 재생하는 ‘혈소판 풍부 혈장(PRP) 주사요법’이 쓰인다. PRP는 혈액에서 혈소판만 분리해 5배 이상 농축한 것이다. 혈소판은 세포증식, 콜라겐 생성, 상피세포 성장촉진, 신생혈관 재생 등을 할 수 있는 성장인자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성장인자를 관절에 주입하면 연골세포를 자극ㆍ활성화해 연골을 재생한다. 박영식 연세사랑병원 연골재생ㆍ세포치료센터 원장은 “어깨와 팔꿈치, 손목, 무릎, 발목 등 관절이 있는 모든 부위에 시술할 수 있고 시술 과정도 간단하다”고 말했다.

귀가 기형이거나 지나치게 작으면 가슴 연골을 떼어내 귀 모양을 만든 뒤 이식한다. 이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박철 고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수술은 6개월마다 한 번씩 2~3회 시행하는데, 거의 완벽히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혈청으로 안구건조증 치료

콘택트렌즈를 오래 꼈거나 라식수술을 한 뒤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실내 습도를 높이거나 인공눈물을 넣는다. 심하면 눈물길을 막거나(누점 폐쇄술) 고농도 식염수를 눈에 넣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안구건조증이 호전되지 않으면 자신의 피를 뽑아 원심분리기로 혈청을 분리해 만든 자가혈청 안약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피 30㏄ 정도면 2~3개월 분의 혈청 안약을 만들 수 있다. 박영순 아이러브안과 원장은 “자가혈청 안약은 방부제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고 눈물과 산성도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자기 피로 암 공격하는 NK세포 배양

자신의 피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기도 한다. 피를 뽑아 암을 공격하는 NK(자연살해)세포를 배양한 뒤 이를 다시 주입해 암을 치료하는 것이다. NK세포란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하면 인체 내에서 자연 방어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내는 세포다. 암 환자의 몸에서 60㏄ 정도의 혈액을 뽑은 뒤 특수 배양시설에서 14일간 배양하면, 배양액에서 20억개의 NK세포가 생긴다. 면역세포 치료제 1회 분량은 건강한 성인 20명이 몸 속에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면역세포의 양과 맞먹는다. 이 세포 배양액을 생리식염수에 섞어 환자의 정맥에 주입하면 된다. 조석구 가톨릭대 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면역세포치료제는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을 비롯한 바이러스 등을 선택적으로 파괴ㆍ공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퇴골두의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골조직이 괴사하는 고관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에는 자가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김용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이 방법을 쓰면 조직 부적합이나 세포 배양약에 의한 부작용과 세균 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방과 머리카락도 이식해

성형 분야에서는 자신의 아랫배나 엉덩이, 허벅지 등에서 지방을 뽑아 필요 부위에 채워 넣는(미세지방이식술) 방법이 널리 쓰인다. 특히 얼굴 중 지방이 적은 부위나 다이어트 등으로 꺼진 볼 등 얼굴 부위에 허벅지 등의 지방을 넣어 볼륨과 탄력을 주는 ‘동안(童顔) 성형’이 인기다. 이밖에 탈모가 잘 안 되는 부위에서 머리카락을 뽑아 탈모가 잘 되는 부분에 옮겨 심기도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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