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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美 아버지 싫어서" 총쏜 이라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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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美 아버지 싫어서" 총쏜 이라크 아들

입력
2010.07.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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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라크 중부 사마라의 한 가정집. 하미드 아흐마드(52)가 자고 있던 침실에 AK-47 자동소총을 든 괴한이 침입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방아쇠를 당겨 6,7발을 발사했다. 범인은 아들 압둘(32)이었다. 아흐마드 가족의 비극은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숨진 아흐마드는 일찌감치 영어를 익혔다. 미국에 대한 그의 동경은 2003년 미군이 이라크에 들어오면서 희망으로 바뀌었다. 이슬람 예배보다 영화를 좋아하고, 기독교로 개종한 것은 아니지만 십자기 목걸이를 걸고 다녔다. 영어 실력 덕분에 미군에서 일도 얻었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행복하게 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미군에서 일한 지 1년도 안돼 그는 저항세력에 기밀을 넘겼다는 혐의로 1년을 복역했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가족들은 그를 변절자, 스파이라 비난하며 따돌렸다. 세 아들 중 두 아들과 함께 살던 조카가 지난해부터 차례로 반미 수니파 저항세력에 가담하면서 비극적 분위기는 고조됐다. 마침내 저항세력 지도부의 명령과 함께 5,000달러를 받은 아들은 아버지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아들은 교도소에서 NYT와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미국인을 위해 일한 아버지를 싫어했다”며 부친살해를 정당화했다.

NYT는 이 가족의 비극 안에 세속주의와 신앙, 시민사회와 폭력적 극단주의, 미국을 바라보는 이라크인들의 복잡한 심리 등이 충돌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이라크에서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정된 철군이 마무리된 이후 남겨지게 될 미국을 위해 일했던 이라크인에게 어떠한 비극이 닥칠 것인지를 예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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