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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신이 감춰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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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신이 감춰둔 사랑

입력
2010.07.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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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심장은 하루종일 일을 한다고 한다

심장이 하루 뛰는 것이

10만 8천 6백 39번이라고 한다

내뿜는 피는 하루 몇천만 톤이나 되는지 모른다고 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1억 4천 9백 6십만㎞인데

하루 혈액이 뛰는 거리가

2억 7천 31만 2천㎞라고 한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두 번 갔다올 거리만큼

당신의 혈액이 오늘 하루에 뛰고 있는 것이다

바로 너, 너, 너! 그대!

그렇게 당신은 파도를 뿜는다

그렇게 당신은 꺼졌다 살아난다

그렇게 당신은 달빛 아래 둥근 꽃봉오리의 속삭임이다

은환의 질주다

그대가 하는 일에 나도 참가하게 해다오

이 사업은 하느님과의 동업이다

그 속에서 나는 사랑을 발견하겠다

● 이제 누군가 앞에 있다면, 그 사람의 얼굴이나 직업이나 재산 같은 걸 생각하지 마시고 그 몸 안에서 흐르고 있을 피를 상상해보세요. 하루에만 지구에서 태양까지 두 번이나 다녀올 정도로 뜨겁고 힘찬 피와 그 붉음을. 사랑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죠. 우리가 서로에게 하찮아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우린 저마다 대단해요. 아니, 우리라기보다는 우리의 피는, 그리고 우리의 심장은. 하느님이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듯, 우리 모두는 사랑받아 마땅해요. 사랑은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보석 같은 것이죠. 아직 못 찾았다고 해서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지구와 태양을 상상하세요. 그리고 피를 상상하세요.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을 찾아보세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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