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법, 건강보험개혁, 금융규제개혁 등 미국의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한꺼번에 이루지 못한 개혁법안을 성공시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 그러나 집권 2년째인 그의 지지율은 절반 이하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6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업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44%, 지지하지 않는 비율을 48%였다. 지지율만 보면 2류급이다. 왜 그럴까.
미 언론들은 세가지 정도를 꼽는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난이다.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든데, 무슨 개혁이든 국민의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경제위기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든 없든 민생고의 화살은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백악관이 전망한 장밋빛 경제전망도 국민의 실망을 가중시켰다. 백악관은 지난해초 경기부양법을 추진하면서 “의회가 이를 통과시키면 실업률이 8%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세일즈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실업률은 9.5%를 넘나들고 있다. 그나마 10%가 넘었던 것에서 나아진 수치다.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하는 ‘큰 정부’에 대한 반감도 오바마 행정부의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국민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이 생각하는 것 보다 너무 급진적이고 너무 빨리 변화를 추진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고, 정부 비용만 늘린다는 논란을 불렀다.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던 무당층이 등을 돌린 것도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때문이었다. 게다가 개혁법안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도 불만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건보개혁은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3~4년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브래드 코커는 “효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지지도는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으로서는 최소한 다음 대선을 앞둔 2012년 가을까지는 가시적인 효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다. 워싱턴의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그가 법안 통과를 지휘하면서 낡은 정치를 답습했다는 비판이다. 공화당 의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특혜를 남발하고, 막후에서 법안 조항을 놓고 정치적 흥정을 벌인 것에 대한 실망이다. 일간 매클래치 신문은 이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지미 카터 보다는 린든 존슨을 더 닮았다”고 평했다. 야당과의 타협을 대화를 강조했던 카터가 아닌 필요하다면 정치적 거래와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존슨 대통령에 다 가깝다는 것이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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