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기업들이 아시아 지사 근무 경험이 풍부하거나 아시아 시장에서 실적을 낸 ‘아시아파’ 인재에 잇따라 경영을 맡기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아시아에 대한 풍부한 전문지식이나 현지 인맥이 두터운 경영자의 지휘를 통해 아시아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상사나 종합전기전자업체 등 대기업들은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시장을 집중 개발하기 위해 간부 인사 발탁 시 아시아 정책을 중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간부는 “핵심 수입원인 아시아에 정통한 인재가 회사 전체의 사업계획에도 큰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주류파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본 대기업에서는 워싱턴, 뉴욕 등 미국이나 런던 등 유럽 지사 근무 경험이 있는 ‘미국ㆍ유럽파’가 최고경영자가 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미쓰비시(三菱)상사는 지난달 싱가포르 지점장을 지낸 고바야시 겐(小林健) 상무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미쓰비시상사의 역대 사장들은 대부분 미국 현지법인 대표 경험자 등이 맡아왔다. 고바야시 새 사장은 미국 주재 경험이 전혀 없지만 사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뉴욕 등 주재 경험자들을 모두 제쳤다. 일본의 주요 상사는 아시아를 비롯해 신흥공업국의 자원개발사업을 통해 수익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바야시 사장의 기용을 “일본 내ㆍ외부에 향후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기전자 대기업 NEC도 4월 아시아파 엔도 노부히로(遠藤信博) 상무가 사장에 취임했다. 휴대전화 기지국간 중계 등에 사용하는 통신시스템을 인도 기업에 판매한 실적이 크게 평가 받았다. NEC는 올 초 아시아태평양시장 개척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경제성장에 따라 인터넷, 휴대전화 등 통신분야의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재 7,000억엔 정도인 해외 매출을 1조엔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역시 4월에 취임한 종합 화학섬유기업 아사히카세이(旭化成) 후지와라 다케쓰구(藤原健嗣) 사장은 1990년 싱가포르에 부임해 동남아시아 석유화학사업을 도맡아 왔다. 아사히카세이는 태국의 플라스틱원료사업과 중국의 환경관련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새 사장이 현지에서 구축한 인맥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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