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구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젊은 여성들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는 천형(天刑)이나 다름 없다. 이런 여성들을 구출할 2가지 방법이 잇따라 발표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첫 번째 희소식은 성관계 12시간 전부터 12시간 이후까지 바르면 에이즈 감염확률이 50% 감소하는 살균젤이 개발됐다는 발표다. 에이즈 환자가 570만명에 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여성 889명을 반으로 나눠 실험을 한 결과 살균젤을 사용한 피실험집단의 에이즈 감염은 38건이었던데 비해 살균제가 포함되지 않은 젤을 사용한 집단의 감염은 60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살균제가 포함된 젤이 가짜 젤에 비해 에이즈 감염률을 사용 1년 뒤에 50%, 2년6개월 뒤에는 3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에이즈 감염방지 살균제의 효능 확인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대량생산할 경우 1회 사용비용이 25센트에 불과한데다 젤의 사용은 상대 남성의 허락이 필요 없어 보급 역시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100%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아닌데다 실험대상 숫자도 부족해 대량 보급을 위한 선진국 기금 모금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 보급이 쉽고 돈이 적게 드는 방법도 있다. 세계은행의 후원을 받아 말라위에서 행해진 실험으로 극빈계층 13~22세 여성의 부모에게 한 달에 4~10달러, 여성에게 1~5달러의 생계비를 지원했다. 18개월 후 생계비 지원자의 경우 에이즈 감염률이 1.2%에 그쳐 지원하지 않은 그룹의 감염률 3%보다 크게 낮아졌다. 기초생계가 보장되면 젊은 여성들의 성관계 빈도와 상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에이즈 확산의 배후에는 가난이라는 폭력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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