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동작구 M초교 인근 커피숍. 평등교육실현을위한서울학부모회(학부모회) 관계자가 이 학교에서 일어난 '오장풍(掌風)'(손바닥으로 한번 치면 나가떨어진다고 해서 아이들이 교사에게 붙인 별명) 교사의 학생폭행사태 대책회의를 열기 위해 피해학생들의 학부모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오 교사 파면을 요구하며 학교 항의방문에 나섰던 피해학생의 학부모 6, 7명 중 단 한 명만이 참석했다. 자연히 오 교사 퇴출 및 경찰고발에 따른 학부모 진술, 시교육청 진정 등 다음 수순을 밟기 위해 열린 대책회의는 유야무야됐다. 이들 학부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책회의 전날인 17일 낮 이 학교 유모 교장은 학부모들을 만나 더 이상 문제삼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무릎을 꿇고 큰절을 했다고 한다. 오 교사 폭행파문 전까지만 해도 '이 애만 다니느냐, 동생도 있지 않느냐', '좋은 게 좋은 거다'며 협박성 회유를 하던 교장이 이날 저자세로 설득에 나서자 피해 학부모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한 학부모는 "교장이 이렇게 나오니 차라리 조용히 해결할 걸 너무했나 싶다. 이 문제에서 손을 떼달라"고 학부모회 관계자에게 말했다고 한다.
피해 학부모들의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면서 당장 오 교사 고발 건도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학부모들이 이 단체 명의로 접수된 고발에 대해 대부분 참고인 진술을 하지 않겠다고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교육청에 오 교사의 학생폭행을 방관한 교장의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도 꺼리는 실정이라고 한다.
자녀를 계속 학교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모 입장에서 사태가 조용히 매듭지어졌으면 하는 속내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대처로는 제2, 제3의 '오장풍' 교사를 막아낼 수 없다.
김혜영 사회부 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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