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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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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입력
2010.07.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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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려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꺼내놓고 보니, 내가 삼킨 새들이 지은

전생이구나

나는 배가 쑥 꺼진 채로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점점 투명하여 밝게 비추는 이 봄

저 세상이 가깝게 보이는구나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굴려보며 공놀이처럼

무료하게 맑은 나이를 보내어보는 것

피묻은 그것,

내가 살던 집에서 나와보는 것,

너무 밝구나 너무 밝구나 내가 지워지는구나

● 지옥이 어떤 곳인지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무라이가 선승을 찾아가서 “지옥은 어떤 곳이냐?”고 물었다지요. 그랬더니 선승은 “내가 너 같은 더러운 놈에게 그걸 가르쳐 주겠느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화가 난 사무라이가 칼을 뽑아들고 그 선승을 죽이려고 하자, 선승이 말했습니다. 그 마음이 바로 지옥이라고. 지난주에 뉴스에서 어떤 교사가 아이들을 때리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매일 눈앞의 지옥을 보고 있었겠어요. 꺼내보면 작기도 작을 그 마음이, 그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지옥이었겠어요. 자기 안의 지옥을 꺼내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마세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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