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덕산 B&F 성공 스토리/ 남해 흑마늘, 원조 일본시장도 뚫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덕산 B&F 성공 스토리/ 남해 흑마늘, 원조 일본시장도 뚫었다

입력
2010.07.19 12:08
0 0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전자기업들도 짐을 싸야 했다. 세계에서 펄펄 나는 국내 자동차 업체도 유독 기를 못 펴는 곳이다. 그 까다롭기 그지없는 일본 시장, 그 것도 식품 시장의 벽을 지방 중소업체가 무역협회와 손잡고 뚫었다.

16일 경남 남해의 흑마늘(흑색 알마늘) 가공 회사 ‘덕산 B&F’의 공장 내 숙성실. 거대한 창고 문을 열자 향긋한 마늘 내음이 코를 자극했다. 최동준 관리차장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란 남해 마늘과 인진쑥을 편백나무 틀에 넣고 27~30일 정도 푹 찐다”며 “발효 되면서 지용성 생마늘이 몸에 흡수가 잘되는 수용성을 바뀐다”고 설명했다. 숙성실에서 나온 까무잡잡한 마늘들은 작업실로 옮겨지고 인부들의 손을 거치면서 한 알 한 알 떼어진다.

정윤호(55) 대표는 “대부분 흑마늘 가공 회사에서 만드는 액기스(진액)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마늘을 짓무르지 않고 알 모양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3년 만에 얻어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저장 창고에 일본어가 적힌 박스를 가리키며 “5월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흑마늘 시장의 원조인 일본에 처음 수출하는 데 성공했고, 또 다른 유통 업체 2~3곳과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억3,000여 만원이었던 매출도 올해 11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을 하던 정 대표는 2003년 식품 관련 사업을 해보겠다며 경남 남해를 찾았다.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남해의 소금, 마늘 등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정 대표는 자신만의 흑마늘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답은 뜻 밖에 단군신화에서 찾았다. 그는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겠다며 쑥과 마늘만 먹던 얘기가 떠올랐다”며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우나처럼 편백나무 틀에 넣고 찌는 방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2008년 ‘쑥 훈증 숙성 방식’이 특허를 얻고 주요 연구 기관에서 그 우수성을 확인해 주자, 정 대표는 일본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일본에서 유명한 아오모리 흑마늘은 1쪽에 7,000원이 넘는 고가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값이 절반 정도인 자신의 제품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 것.

하지만 무역에 문외한이었던 그로서는 관련 서류 하나 작성하기조차 버거웠다. 더구나 먹는 것에 워낙 까다로운 일본이기에 수출입 관련 절차도 매우 복잡했다.

그런 정 대표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무역협회가 올해부터 진행 중인 ‘뉴 엑스포터스(New Exporters) 300’ 프로그램이 그 것. 협회는 기술력이나 가능성은 있지만 수출 경험이 없는 유망 중소기업 300곳을 뽑은 후 무역 관련 전문가 30명을 자문위원으로 파견, 바이어 발굴부터 해외 마케팅, 협상 요령, 해외 특허ㆍ인증까지 수출의 모든 과정을 돕고 있다.

이 회사를 지원하고 있는 최갑철 무협 자문위원 역시 무역업 종사 경력 25년의 베테랑. 그는 “덕산 B&F처럼 좋은 제품을 만들고도 수출 절차를 몰라 포기하는 중소기업이 의외로 많다”며 “노련한 해외 기업을 상대할 때 섣불리 협상에 나서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 역시 모르는 게 있으면 밤낮 없이 최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그는 “일본 바이어들이 전문가들까지 대동해 남해를 30번 가까이 찾아 와 마늘 품질, 생산 공정 등을 꼬치꼬치 묻더라”며 “그 때마다 최 위원과 충분히 상의 후 답을 줘 좋은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히 “일본 수출을 진행하면서 관련 서류 작성부터 모든 과정을 혼자 해보면서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알마늘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뒤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분말 마늘, 양념류 같은 또 다른 분야를 개척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남해=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