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벤처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벤처기업의 숫자가 사상 처음 2만개를 돌파하면서 2000년대 초반 한국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벤처 붐이 다시 한번 휘몰아칠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19일 올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9% 증가한 4,14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월별 투자 규모 역시 꾸준히 증가해 지난 달에는 상반기 중 최대 규모인 1,117억원이 벤처기업에 투자됐다. 창업 3년 내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업체당 평균 투자액도 지난해 상반기 11억3,000만원에서 올해 11억6,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최근 벤처기업 숫자 및 벤처 투자가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3차원 입체(3D) 영상과 TV, 스마트폰 관련 분야에 대한 폭발적 관심 덕분이다.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스마트폰과 3D영상과 관련된 정보통신(IT)분야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늘어난 2,347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영화 게임 등의 산업 발전과 함께 그 동안 꾸준히 증가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가장 많은 투자(1,200억원)를 받은 업종으로 기록됐다. IT업종 역시 최근 지속적 감소세에서 벗어나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0%이상 상승하며 재도약을 예고했다.
최근의 벤처 붐은 대학생이나 20대 젊은 층이 주도했던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30~5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관련 대기업 등에 종사해 기술력을 확보, 벤처기업 창업에 나서거나, 2000년대 벤처 창업을 통해 기업의 역량을 축적해 제 2의 창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술보증기금에 따르면 1998년 60%에 육박하던 20~30대 벤처 창업 비중이 지난 해에는 5분의 1 수준인 12%로 떨어졌고, 대학생 창업은 0.68%에 불과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도 최근 미래 녹색 벤처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관련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데다, 3D 영상 분야 및 모바일 환경으로의 전환 등으로 제2의 벤처 붐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의 벤처 붐은 분위기에만 휩쓸리지 않는 신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중소기업학회장)는 “과거 경험을 통해 벤처기업은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며 “기업가는 경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고 차별화된 기술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벤처 붐을 조성하기 위해 창업에 대해 너무 관대하게만 하지 말고 때론 제대로 된 경영을 위한 채찍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벤처 1세대들도 직접 제 2벤처 붐 조성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7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벤처기업 전략토론회 및 제1회 벤처 7일 장터’를 개최했다. 선도 벤처기업이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창업 의지가 있는 학생과 창업 초기 기업인에게 멘토 역할을 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9월에는 1세대 벤처인들과 신생 벤처인들이 만나 관련 분야 의견을 공유하는 YES(Young Entrepreneurship Society) 포럼도 열린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