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민법개혁이 정치권 안팎에서 호된 역풍을 맞고 있다. 특히 강력한 이민단속법을 추진중인 애리조나주를 제소한 이후 여론과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요지는 지금은 이민정책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위기 때문에 먹고 사는 일이 급한데 불법체류자 문제로 쓸데없는 논란을 야기하고 행정력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여론의 과반수 이상이 법무부의 애리조나주 제소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경제와 연관돼 있다. 미 국민이 내는 세금이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닌 불체자들을 위한 곳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이달 초 밝힌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의 취지는 불체자 양성화이다. 밀린 세금을 내고 신분 확인이 되면 영주권을 준다는 게 골자이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선거가 있는 해인데다 경제문제로 국민 정서가 불체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는 “백악관이 이민개혁에 집착하는 것은 무당파뿐 아니라 이민개혁의 수혜자라고 생각했던 히스패닉까지 화나게 하는 것”이라며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히스패닉의 표를 끌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자초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이 많은 서부ㆍ남부의 민주당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필 브레드슨 테네시 주지사는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 난데없이 이민개혁을 들고 나왔다”며 행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질타했다.
공화당의 공세도 거세다. 공화당이 주지사를 장악하고 있는 8개 주의 검찰총장은 지난주 연방법원에 애리조나주의 이민단속법을 지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시건주 마이크 콕스 검찰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국경을 보호하려는 주정부의 노력을 저하시키는데 납세자의 돈을 사용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언론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초청근로자 프로그램’등의 포괄적 이민정책을 추진하다 “불체자들을 사면하는 격”이라며 반발에 부닥쳐 실패한 사례를 언급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이민개혁으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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