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창의재단과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민간단체 등이 지원하는 과학기술강연이 많이 늘었다. 연구기관이나 연구원 동호회가 자체 강연회나 과학교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동료 연구자가 청중인 세미나 발표는 아주 일상적이지만, 일반인 대상 강연은 별도 준비가 필요할뿐더러 심리적으로도 꽤 부담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넓히고 이공계 인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는 것은 연구 실적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과학자의 임무이기에 강연에 참여하는 과학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아주 다양한 청중에게 강연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대학생 이상 성인이 청중인 강연은 주로 과학기술 관련지식과 정보를 이해시키고 전파하는 목적이므로, 연구 필요성과 주요 연구 성과 및 의미를 전달하면 되어 비교적 쉬웠다. 반면 초ㆍ중학생 대상 강연은 준비도 어려울뿐더러 강연을 끝내고 나면 항상 아쉽다. 정보 전달보다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와 친밀감을 유도하고 과학자의 꿈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큰데도, 성인 대상 강연과 별 차이 없이 한 두 시간 강의가 보통이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곤 했다.
사실 학생 대상 강연은 대부분 개별적이고 무계획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과 과학자가 한번 만났고 강연을 했다는 정도의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1년에 한 두 차례 강연으로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갖는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강연 주제나 내용이 전적으로 강사에게 달려있어 학생들의 관심과 상관없는 일방통행 식 강연이 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보는 것보다 직접 실습해보는 것이 훨씬 큰 효과가 있는데도, 쓸 만한 실험 실습 도구를 찾기 어렵고 연구용 비싼 장비를 쓸 수도 없어서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에 제대로 호응하기 어렵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많은 사람이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바에는, 효과를 고려한 기획 강연 등 체계적인 과학기술 강연 지원방안을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몇 가지 아이디어는 시행되고 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는 과학반의 한 학기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춰 미리 강연 프로그램을 짜서 과학자들이 강연한 결과, 한 학기가 지나면서 그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많이 높아지는 성과를 보였다.
창의재단 정책연구 중에 산업체와 연계한 인력양성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제안이 있었는데, 강연에 산업체까지 연결이 되면 훨씬 다양하고 유용한 강연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 예를 들면 과학반 학생들이 스마트 핸드폰을 이번 학기 주제로 정하면, 이와 관련된 디스플레이 기술과 센서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반도체 소자기술 등의 관련 기술로 강연 프로그램을 구성해 과학자들이 강연을 하고 관련 업체나 연구소 등을 방문하는 방식이면 학생들의 흥미와 이해도를 높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체가 해당 상품 관련 교육교구 등을 제공한다면 기업 광고와 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합리적 수준의 실습 장비를 선정하여 갖춰 놓고 필요한 곳에서 빌려 쓰도록 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의 자율적인 참여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도 과학기술 강연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공계 인력 수급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 미래에 대비해 과학기술
인재가 많이 싹트고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더욱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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